MZ 노조 회계는 달랐다 "조합비 내역 온라인 공개"

박제완 기자(greenpea94@mk.co.kr) 2022. 12. 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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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公·LG전자 젊은 노조
수입·지출액 정확히 밝혀
기성노조 불투명성과 대조
2500원 소식지 활동비까지 공개
회계투명한 MZ노조

MZ세대가 주축이 돼 구성된 '젊은 노조'들이 투명한 회계 공개를 앞세워 기성 노조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거대 노조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투명성 확보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MZ세대 젊은 노조의 이 같은 회계 처리 방식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MZ세대 노조들은 10만원대 비용부터 1000원 단위 소식지 제작비까지 정확하게 명시해 네이버 카페에 매달 이를 공개하고 있다. 조합비 역시 정률제 대신 정액제로 운영한다. 매달 얼마가 들어오고 어떻게 쓰이는지 조합원 누구나 어렵지 않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얘기다.

27일 매일경제 조사 결과 MZ세대 사무직을 중심으로 조직된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와 LG전자 사무직 노조 'LG전자 사람중심 노동조합'은 공통적으로 조합비 수입과 지출 내역을 네이버 카페를 통해 매달 알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바른노조는 조합원들이 가입돼 있는 네이버 카페 'All 바른노조'에 한 달 단위로 조합비 지출 내역을 올리고 있다. 공개 시점은 매달 첫 주를 넘기지 않고 늦어질 때는 '사용 내역 지연 안내'를 따로 공지하고 있다. 이 노조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회계감사 보고서 또한 카페에서 누구나 내려받아 열람할 수 있다. LG전자 사무직 노조 역시 회계 내역은 매달, 회계감사 보고서는 반기별로 카페에 각각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조합원 3분의 1이 동의하면 외부 회계감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약을 새롭게 마련하기도 했다. 이들 노조의 또 다른 특징은 조합비를 정률이 아닌 정액으로 걷는다는 점이다. 조합비와 조합원 규모가 정해져 있으니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 조합원들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들 MZ 노조가 회계 투명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기성 노조와 달리 소속 조합원 대다수가 공정과 합리의 가치를 우선적으로 하는 2030세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의 경우 2018년 무기계약직의 공사 일반직 전환에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며 설립됐고,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LG전자의 투명하지 않은 성과급 산정 기준을 문제 삼으며 출범했다.

 그런 만큼 이들 노조는 회계 관리와 공개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27일 올바른노조가 제공한 노조 10월 조합비 지출 내역서를 보면 일자별로 '문자비용 결제' '후드티 추가 구입' 등 정확한 명목을 기재해 지출 내역을 작성했다. 특히 2500원에 불과한 '소식지 제작 활동비', 1만원을 넘지 않는 '홍보포스터 저작권 관련 변호사 상담비' 등도 명시했다.

 송시영 위원장은 "자세한 회계 내역은 다운로드해서 들여다볼 수 있다"면서 "조합비에 대해 궁금해하는 조합원들도 있는데, 이 경우 실물 영수증과 회계수칙을 비교해 보여드리고 집행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사무직 노조의 경우 아예 특별회계, 일반회계, 수익계좌 등 3개 계정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나눠서 공개하고 있다. 한국노총 등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회계감사 보고서가 "회계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총평 정도가 포함된 2쪽 분량뿐인 것과는 대조된다.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이 같은 움직임은 MZ 노조뿐 아니라 기성 노조에 소속된 MZ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1983년생 강윤성 후보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현재 노조 회계와 관련된 사항을 홈페이지에서 볼 수는 있지만, 찾는 방법이 쉽지 않다는 문제점도 있다"면서 "조합원들이 회계 상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개편해 관심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회계 투명성이 담보되는 선순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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