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성인용품점 느는데…청소년출입 무방비
카드만 꽂아도 문 쉽게 열려
성인용품 구매도 인증 안해
리얼돌 구입 안내까지 설명
여가부는 "업주가 통제 책임"
27일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무인성인용품점. 대부분의 무인성인용품점 출입문에 설치돼 있는 신분증 스캔기가 따로 보이지 않고 신용카드 투입구만 있었다.
성인용품점 입장이 불법인 청소년도 부모의 카드를 휴대하기만 하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셈이다. 기자가 출입문 신용카드 투입구에 카드를 꽂자 문이 열리고 화려한 색감이 시선을 자극했다. 각종 콘돔을 비롯해 청소년이 구매 불가능한 성기모형 성기구, 리얼돌 등이 전시돼 있었다.
이 매장에서는 키오스크(무인단말기)에서 성인인증 없이 성인용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키오스크에선 "결제 내역엔 성인용품과 관련된 어떠한 문구도 표시되지 않는다"며 "영수증엔 ○○생활마트로 표기되니 안심하고 결제하셔도 됩니다"라면서 구매를 유혹하고 있었다. 리얼돌도 계좌이체를 한 뒤 문자를 넣으면 성인인증 없이 택배를 발송해주는 식으로 결제가 가능했다. 매장 안에 갖춰진 커뮤니티 게시판엔 청소년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조건만남 등을 원한다며 연락처를 남기기도 했다.
최근 무인성인용품점 수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성인용품 매장 출입 자체가 불법인 청소년이 매장 관리가 허술한 틈을 이용해 성인용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무인성인용품점은 2018년을 전후로 영업을 시작해 현재 2개 업체가 전국에 프랜차이즈 매장 200여 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인성인용품점은 자유업종으로 등록돼 별도의 인허가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교육환경법에 따라 학교에서 직선거리로 200m 반경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개업이 가능하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유해물건(성기구) 및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에 따르면 청소년은 일반 콘돔, 젤, 페로몬 향수 등은 구입 가능하나 돌기형·사정지연형 콘돔, 성기모형기구, 리얼돌 등은 구매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작년 6월 요철식 특수콘돔, 약물주입 콘돔 등이 청소년 유해물건이라는 규정에 합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성인용품은 청소년 유해물로 규정돼 성인용품점에 청소년은 출입할 수 없다. 만약 성인용품점이 청소년의 출입을 제한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무인가게의 특성상 청소년의 출입 제한이 완벽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의 출입 제한은 특정 방법의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든 청소년의 출입을 막는 것이 목적"이라며 "청소년이 위법한 방식으로 업장에 들어올 경우 업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에 청소년이 들어가 판매가 이뤄졌다면 분명한 위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성인용품의 사용 제재에 집중하기보다는 포괄적 성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청소년 활동가인 일움은 "통상적으로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적자기결정권이 보장된 세상에 사는 것이 아니라 19금이라고 말해지는 성의 영역에 산다"며 "자신이 각자의 몸에 지니고 있는 섹슈얼리티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것으로 향유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김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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