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위해 도배자격증도 땄죠" 광양제철소 나눔드림팀 떴다
노후주택 도배부터 수리까지
광양제철소가 비용 전액부담
"봉사활동을 하려고 자격증까지 따다니 별나죠."
지난해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 1만시간을 넘겨 '포스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최광석 광양제철소 과장(55)이 단장으로 활동 중인 '도배재능봉사단'을 소개하며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이들이 지난 8년간 휴일도 마다하고 고쳐준 집만 260가구가 넘는다.
광양제철소가 2014년부터 광양 지역사회와 공존하기 위해 '전문재능봉사단'을 도입하면서 광양에 스며든 나눔 중 하나다. 27일 광양제철소에 따르면 2014년 직원과 가족이 참여하는 재능봉사단 지원제도가 시작된 이후 현재 2700여 명이 46개 봉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시행 전부터 광양제철소에서 자생적으로 이뤄지고 있던 직원들의 봉사활동을 △주택·기계 정비 수리 △학습지도 △문화예술 △환경보호 등 분야로 전문화해 지원하는 것이다.
광양제철소에서도 손꼽히는 전문가들이 모인 곳이 도배재능봉사단이라고 한다. 최광석 도배재능봉사단장은 "회원 38명 중 14명이 도배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며 "쓰러져가는 시골집을 도배하다 보면 전기 설비나 화장실 등 시설을 손봐야 할 일이 많아 용접이나 전기 등 분야 자격증을 가진 회원도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도배 자격증을 따기 위해 매일 퇴근 후 3~4시간씩 3개월 동안 벽지에 풀칠하며 연습을 반복했다.
최 단장은 "도배재능봉사단을 시작할 때 회사의 도움이 컸다"면서 "도배를 연습하기 위한 공간부터 재료비, 강사 섭외 비용까지 지원받았기 때문에 걱정 없이 기술 익히기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집 한 채의 도배와 수리를 마치기까지 드는 비용은 통상 150만~200만원이다.
모든 비용은 광양제철소가 부담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도배재능봉사단에 매년 2000만~3000만원 상당의 예산까지 배정하고 있다. 나머지 45개 전문봉사단에도 모두 자체 사용 가능한 예산이 책정돼 지역민을 위한 봉사활동에 활용된다.
머나먼 타국에서 생명을 잃을 뻔한 이주 여성을 구한 봉사단도 있다.
2003년부터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주 여성,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프렌즈봉사단'이다. 최창록 프렌즈봉사단장은 "가정폭력 때문에 결혼한 지 2년도 안 돼 남편과 이혼해 홀로 12세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필리핀 이주 여성 A씨가 급성 신부전으로 위독한 사실을 알고 지원에 나섰다"며 "당시 해외 법인까지 움직여 지난해 1월 A씨의 신장이식 수술을 성사시켰다"고 설명했다.
프렌즈봉사단과 광양제철소 직원들이 2019년 11월부터 신장이식 수술을 위해 필요한 비용 모금에 나섰고 필리핀에 거주 중인 A씨 동생에게 신장을 공여받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필리핀 현지 관공서가 문을 닫아 수술에 필요한 서류를 확보하지 못해 수술이 지연됐다. 최 단장은 "필리핀 관공서가 모두 코로나19로 마비돼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며 "다행히 필리핀에 있는 포스코 현지법인이 직접 발품을 팔아 서류를 구하면서 간신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진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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