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인공지능(AI) [기고/권장우]
권장우 인하대 소프트웨어중심대학 단장 2022. 12. 27. 17:42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며 전 세계 주요국들이 탄소중립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2020년도 제75차 유엔총회에서 206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한국도 지난해 ‘2050 탄소중립 표준화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고 2050년에는 국내 ‘순배출량 0(넷제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지난해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들이 지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육박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탄소중립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하거나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의 경우 특히 에너지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의 87%에 육박하고 있어 에너지 분야의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과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이 탄소중립의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산업 현장에서 관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AI의 발전으로 이러한 기술 구현에 성큼 다가선 듯 보인다. 이미 AI는 우리 생활 여기저기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복도의 조명을 사람의 움직임이 있을 때만 켜고, 사용하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를 멈추게 하는 기술들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이렇게 AI를 사용자의 에너지 사용현황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활용해서 스스로 에너지를 절감하도록 하는 것을 유저피드백(user feedback)이라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저피드백을 통해 5%에서 10% 정도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AI가 설비를 직접 제어해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방법도 있는데, 국내에서도 특정 기업이 AI를 건물 자동화 시스템과 연동해 평균 10%의 에너지 절감을 이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글래스고(Glasgow)에서는 ‘도시 에너지 관리 서비스’를 통해 기후 정보를 기반으로 전력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구역별로 제공한다. 에너지 낭비 여부를 사용자들이 타 구역과 비교해 스스로 느끼게 하여 절감을 유도하는 정책도 AI의 적절한 활용 사례다.
공급 부분에서는 AI를 활용하여 에너지 생산량을 높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AI를 활용한 에너지 생산 설비의 관리 효율화이다. 두 번째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원 등 에너지 생산 설비를 구축할 때 생산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덴마크의 풍력발전기 제조사인 베스타스(Vestas)와 아이비엠(IBM)의 협력이 대표적인 사례다. IBM은 AI를 활용해 에너지 생산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풍력발전원을 설계하고 베스타스에 최적화된 자리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을 제공했다.
지금은 AI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AI는 기대 이상의 성과까지 내고 있어 탄소중립의 게임 체인저로 대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AI의 활용을 위해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모해야 하므로 현재와 같은 형태의 AI 활용법으로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Open AI가 만든 딥러닝 자연어 처리 모델인 GPT-3는 1750억 개의 변수를 가지고 있는데, 이 모델을 한 번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약 1.3기가와트시(GWh)를 소비해야 한다. 이는 한국 전체에서 약 1분간 소비하는 전력량과 같은 수준이다. 이만큼의 전력 소비를 통해 배출된 탄소를 정화하는 데 필요한 소나무는 8500만 그루에 육박한다.
탄소중립에 효과적인 AI가 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막대하게 소모하는 AI 학습이 저전력으로 이뤄지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하드웨어적인 개선이다. 즉 기존 컴퓨터의 동작방식을 개선하고 메모리 혁신을 통해 AI의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세계 최고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연산능력과 메모리 대역폭 간 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앤드류 펠드만 세레브라스 대표는 AI 개발에 사용되는 데이터가 폭증한 만큼 GPU를 고집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GPU 대신 AI 개발에 최적화된 AI칩을 사용해야 빠른 산업 성장을 돕고 전력소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른 대안은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잘 정리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안이다. 한국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허브 데이터 제공 플랫폼을 만들어 이러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라 데이터를 정제하고 학습데이터에 라벨링을 좀 더 정확하게 제공해야 하는 개선점은 있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안 중 하나는 유사한 인공지능모델을 각자 만들지 않고 공유 경제의 개념으로 상호 공유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구글이 세계 최초로 제안한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이다.
올 8월 코엑스에서 열린 ‘AI서울 포럼 2022’에서도 연합학습 기반의 AI 공유 플랫폼을 통해 기업, 정부, 의료기관 등 경제주체 간에 AI의 학습 결과와 이에 기반한 다양한 파생 서비스를 공유해 경영의 효율성과 시너지를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신뢰할 만한 AI 공유 플랫폼을 구현해 경제주체 간 데이터가 아닌 AI를 공유하게 함으로써 AI 개발비용을 줄이고 공유되는 AI의 성능을 높일 수 있다며 AI 공유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데이터 공유가 아닌 AI 공유가 필연적이라고 하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필자는 데이터 공유와 AI 공유를 정부 주도로 추진하고 경제주체들이 세분화를 통해 활용 가능한 데이터와 AI 모델을 확장하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AI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더불어 탄소중립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민간 주도의 AI를 동작시키기 위해 하드웨어를 개선하고 공용 데이터 플랫폼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AI 공유 플랫폼의 구축과 제공이 이뤄진다면 불필요한 반복학습 및 모델 개발에 필요한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의 게임 체인저로서 AI의 명실상부한 역할을 기대한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탄소중립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하거나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의 경우 특히 에너지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의 87%에 육박하고 있어 에너지 분야의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과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이 탄소중립의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산업 현장에서 관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AI의 발전으로 이러한 기술 구현에 성큼 다가선 듯 보인다. 이미 AI는 우리 생활 여기저기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복도의 조명을 사람의 움직임이 있을 때만 켜고, 사용하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를 멈추게 하는 기술들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이렇게 AI를 사용자의 에너지 사용현황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활용해서 스스로 에너지를 절감하도록 하는 것을 유저피드백(user feedback)이라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저피드백을 통해 5%에서 10% 정도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AI가 설비를 직접 제어해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방법도 있는데, 국내에서도 특정 기업이 AI를 건물 자동화 시스템과 연동해 평균 10%의 에너지 절감을 이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글래스고(Glasgow)에서는 ‘도시 에너지 관리 서비스’를 통해 기후 정보를 기반으로 전력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구역별로 제공한다. 에너지 낭비 여부를 사용자들이 타 구역과 비교해 스스로 느끼게 하여 절감을 유도하는 정책도 AI의 적절한 활용 사례다.
공급 부분에서는 AI를 활용하여 에너지 생산량을 높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AI를 활용한 에너지 생산 설비의 관리 효율화이다. 두 번째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원 등 에너지 생산 설비를 구축할 때 생산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덴마크의 풍력발전기 제조사인 베스타스(Vestas)와 아이비엠(IBM)의 협력이 대표적인 사례다. IBM은 AI를 활용해 에너지 생산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풍력발전원을 설계하고 베스타스에 최적화된 자리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을 제공했다.
지금은 AI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AI는 기대 이상의 성과까지 내고 있어 탄소중립의 게임 체인저로 대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AI의 활용을 위해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모해야 하므로 현재와 같은 형태의 AI 활용법으로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Open AI가 만든 딥러닝 자연어 처리 모델인 GPT-3는 1750억 개의 변수를 가지고 있는데, 이 모델을 한 번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약 1.3기가와트시(GWh)를 소비해야 한다. 이는 한국 전체에서 약 1분간 소비하는 전력량과 같은 수준이다. 이만큼의 전력 소비를 통해 배출된 탄소를 정화하는 데 필요한 소나무는 8500만 그루에 육박한다.
탄소중립에 효과적인 AI가 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막대하게 소모하는 AI 학습이 저전력으로 이뤄지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하드웨어적인 개선이다. 즉 기존 컴퓨터의 동작방식을 개선하고 메모리 혁신을 통해 AI의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세계 최고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연산능력과 메모리 대역폭 간 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앤드류 펠드만 세레브라스 대표는 AI 개발에 사용되는 데이터가 폭증한 만큼 GPU를 고집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GPU 대신 AI 개발에 최적화된 AI칩을 사용해야 빠른 산업 성장을 돕고 전력소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른 대안은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잘 정리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안이다. 한국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허브 데이터 제공 플랫폼을 만들어 이러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라 데이터를 정제하고 학습데이터에 라벨링을 좀 더 정확하게 제공해야 하는 개선점은 있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안 중 하나는 유사한 인공지능모델을 각자 만들지 않고 공유 경제의 개념으로 상호 공유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구글이 세계 최초로 제안한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이다.
올 8월 코엑스에서 열린 ‘AI서울 포럼 2022’에서도 연합학습 기반의 AI 공유 플랫폼을 통해 기업, 정부, 의료기관 등 경제주체 간에 AI의 학습 결과와 이에 기반한 다양한 파생 서비스를 공유해 경영의 효율성과 시너지를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신뢰할 만한 AI 공유 플랫폼을 구현해 경제주체 간 데이터가 아닌 AI를 공유하게 함으로써 AI 개발비용을 줄이고 공유되는 AI의 성능을 높일 수 있다며 AI 공유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데이터 공유가 아닌 AI 공유가 필연적이라고 하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필자는 데이터 공유와 AI 공유를 정부 주도로 추진하고 경제주체들이 세분화를 통해 활용 가능한 데이터와 AI 모델을 확장하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AI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더불어 탄소중립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민간 주도의 AI를 동작시키기 위해 하드웨어를 개선하고 공용 데이터 플랫폼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AI 공유 플랫폼의 구축과 제공이 이뤄진다면 불필요한 반복학습 및 모델 개발에 필요한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의 게임 체인저로서 AI의 명실상부한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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