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넘기자" 저축銀, 돈 남아도 대출못해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2022. 12. 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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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총량 규제로 한도 소진
남는 돈은 중앙회에 되레 예탁
서민 정책금융도 총량제 포함
'햇살론' 집행 전년比 30% 뚝
서민금융원, 통계 공개 안하고
대출금리 상한 확대 뒷북 대책

"저축은행에서 햇살론을 받을 수는 있는 건가요? 대출 받은 분들 너무 부럽네요. 10만~20만원도 아쉬운 처지라 정말 막막합니다."

새해를 앞두고 저축은행, 캐피털 등 2금융권과 대부업계까지 대출 문을 걸어 잠그면서 서민의 급전 창구 수요가 사실상 모두 막혔다. 햇살론 같은 정책금융 상품도 '개점휴업'인 곳이 많다. 대출 총량 규제에 따라 올해 가계대출 한도를 모두 채운 데다 조달금리가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하면서 마진이 줄어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뒤늦게 햇살론 대출금리 상한을 확대해주는 대책을 내놨지만, 대출 총량 규제 로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게다가 서금원은 햇살론 대출 실적을 국회에만 제출하고 외부에는 일절 공개하지 않아 상반기 이후 실적은 알기조차 어렵게 막아놨다.

최근 SBI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을 비롯한 대형 저축은행들이 일부 대출에 대한 신규 접수를 일시 중단했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도 신규 신청을 받고는 있지만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해 대출 승인율이 낮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햇살론 대출을 신청했는데 여러 금융사에서 거절당했다는 사연이 수십 건씩 공유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일부 카드사가 선제적 위기관리 차원에서 일부 고객의 한도를 대폭 축소했는데, 이달 결제 기한을 맞아 자금 수요가 증가한 영향도 있다.

올해 저축은행권이 금융당국에서 받은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상한선은 회사별로 10.8~14.8% 수준이다. 저축은행은 연간 증가율 상한에 따라 한 해에 집행할 수 있는 가계대출 총량을 월별로 나눠 관리한다. 사실상 매달 가계대출 한도가 있는 셈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월초에 대출 수요가 몰려 대출이 많이 나갔다면 월말에는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대출 영업을 못하는 저축은행들은 남는 돈을 되레 중앙회에 예탁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회원사들이 맡긴 일반예탁금은 지난 3분기 기준 5조원 수준으로, 지난해 말(4.3조원)보다 16% 증가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총 수신잔액은 10월 말 약 121조원으로, 지난해 말 102조원에서 약 19% 늘었지만 가계대출 증가율 상한선은 이보다 낮기 때문에 여유 자금이 많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대출 영업이 제한되자 저축은행들은 저신용자 대출부터 줄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32곳 중 600점 이하 차주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은 곳은 9곳에 달한다.

문제는 정책금융 상품인 햇살론 대출까지 대출 총량 규제 대상에 포함돼 실수요자 서민이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햇살론은 저신용·저소득자 금융지원 상품으로, 저축은행과 정부가 재원을 출연해 제공한다. 저축은행의 햇살론 조달금리가 급등한 것도 대출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햇살론 조달금리는 지난달 연 3.77%에서 이달 연 5.22%로 올랐다. 서금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햇살론15 대출 실행액은 387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561억원에 비해 30% 이상 줄어들었다. 서금원은 햇살론 공급을 늘릴 수 있게 햇살론 대출금리 상한을 1%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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