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기부와 봉사의 행복

연말이 되면 구세군 냄비의 종소리가 정답게 다가온다. 어린 학생들이 고사리손으로 구세군 냄비에 용돈을 기부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사랑의 열매 배지를 달고 기부를 장려하는 모습도 훈훈하다.

필자의 회사는 기부와 봉사가 구성원의 의무로 규정되어 있다. 고용계약서에 월급의 1%를 기부하게 되어 있고 매월 1회 봉사활동도 의무화되어 있다. 회사에서는 구성원의 월급 1%에 더블 매칭으로 2%를 더하여 매달 월급의 3%를 기부하고 있다. 기부와 봉사를 의무로 삼아 고용계약서에 반영한 것에 다소 논란도 있었으나 이제까지 구성원들이 큰 무리 없이 잘 따라주어 고마운 마음이다. 연말이면 구성원들이 안 쓰는 물건이나 아끼던 물품을 기증해 산타클로스 경매 행사를 통해 불우이웃을 지원하기도 한다. 기부와 봉사는 창립 26년째 매달 이어지고 있어 회사의 핵심 문화로 자리 잡았다.

회사 업무 성격상 경력사원이 많은 편인데 봉사활동을 반강제적으로 하다 보니 봉사활동을 거의 안 해본 경력사원이 반기를 들곤 한다. 그러나 이들도 한두 번 봉사를 다녀오면 변한다. 특히 봉사처에서 중증 장애인의 현실을 접하면 움직일 수 있고, 자력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를 체득하게 된다. 가끔 봉사 현장에서 배우자 또는 자녀들과 온 구성원을 만날 때가 있다. 대부분의 배우자들은 나를 보며 감사하다고 한다. 배우자와 함께 봉사하러 다니는 것을 주위에서 부러워하고 이런 회사에 다니는 것이 자랑스럽고 고맙다는 것이다. 기부와 봉사에서 오는 선한 에너지가 감사로 이어지고 회사에 대한 자긍심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부와 봉사는 자기 충만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어지므로 행복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해인 수녀님은 '감사예찬'에서 "슬프고 힘들 때도 감사할 수 있으면 삶은 어느 순간 보석으로 빛납니다"고 했다. 봉사와 감사로 삶이 보석 같아질 수 있고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 회사 조직문화의 핵심인 행복경영의 주된 내용에 봉사와 감사가 있는 것은 오랜 경험을 통해 봉사가 행복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많이 발전했지만 2021년 영국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세계 기부 지수 점수는 조사 대상 114개국 중 110위다. 경제력 10위 국가로는 창피한 수준이다. 특히 부자들의 기부는 여전히 부족하다. 록펠러,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과 같은 큰 부자들이 통 큰 기부를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큰 부자들의 기부가 아쉽다. 새해에는 기부와 봉사가 좀 더 활성화되어 우리 사회가 좀 더 밝아지고 아름다워지며 감사가 넘치는 세상이 되기를 꿈꾸어본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