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밟는 우크라-러시아…협상 제안에 서로 '퇴짜'

황철환 2022. 12. 2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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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평화협상론 제안에 우크라는 '러 유엔 퇴출' 주장으로 응수
러도 내년 2월 유엔서 평화공식 협상하자는 우크라 주장 일축
부차 학살 현장 돌아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만간 해를 넘기면서 협상을 통한 종전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점령지 반환과 전쟁범죄 의혹 등과 관련한 입장차가 워낙 커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가 제안한 '평화회복' 방안에 앞다퉈 퇴짜를 놓으면서 오히려 더욱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26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박탈하고 유엔에서 퇴출할 것을 주장하는 성명을 게재했다.

1991년 해체된 옛 소비에트연방과 러시아는 별개의 국가로 봐야 하는 만큼, 러시아가 소련의 유엔 회원국 자격과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승계한 것은 잘못이란 게 우크라이나 측의 논리다.

성명은 "러시아 연방은 (유엔) 가입을 위한 법적 절차를 거친 적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러시아는 유엔헌장에 규정된 절차를 건너뛰고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차지했다면서 "법적·정치적 관점에서 도출되는 유일한 결론은 러시아가 소련의 안보리 의석을 찬탈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러시아를 유엔에서 퇴출해야 하고, 유엔에 복귀하길 원한다면 다른 회원국들과 마찬가지로 정식 가입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강조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 성명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평화협상론'을 주장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설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 타스=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응급구조사의 날을 맞아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2022.12.27

러시아의 협상제안을 우크라이나가 '유엔 퇴출' 주장으로 응수하며 일축한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국영방송 로시야-1 인터뷰에서 "우리는 관계 당사국 모두와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에 대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22일에도 "우리 목표는 전쟁의 쳇바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면서 "종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는 이를수록 좋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다만, 일각에선 이런 제안이 실제로는 러시아군의 재공세에 나서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려는 일종의 '기만전술'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어가기 위해 최근 30만명의 예비군을 동원했지만 훈련도가 낮고 장비가 부족해 당장은 전황에 큰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협상을 이유로 전투가 멈춘 틈을 타 이들을 전력화하고 반격을 위한 휴식과 재정비, 병력 재편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러시아는 한편으로 평화협상론을 내세우면서도 크리스마스 전야인 24일엔 한때 자국군이 점령해 '러시아 영토'로 선언했던 남부 헤르손 시내를 무차별 포격, 푸틴 대통령의 진의를 의심케 하고 있다.

평화협상이 몇년씩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면서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빼앗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실효 지배하는 상황이 고착화하는 것이 러시아의 노림수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유엔 총회서 화상연설하는 우크라 대통령 [AF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모든 점령지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는 올해 9월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 연방에 편입된 영토를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종전을 위한 '글로벌 평화공식'을 논의하는 정상회의를 내년 2월 말 유엔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지만 이 역시 러시아 측으로부터 냉소를 받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공식에는 러시아군 철수와 핵 안전 보장, 식량안보 확보 등이 포함돼 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자국은 이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며, 러시아가 없는 유엔 회의는 의미가 없다고 일축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우리 자신의 조건에만 따른다"고 말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유엔 사무총장실이 '모든 관련국이 참여할 때만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정상회의 중재자로 나설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참석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26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글로벌 평화공식 정상회의에 초청될지를 묻는 말에 "국제재판소에서 전범으로 기소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러시아를 뺀 나머지 국가만으로 회의를 진행하자는 이야기다.

동부전선에서 전투 중인 우크라 포병대 (바흐무트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 포병대가 2S7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2022.12.26

미하일 갈루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타스 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 서방 논리에 따르면 러시아가 해방한(점령한) 지역에서 물러나고 모든 파괴된 것들을 복구하고 그 비용을 대며, (관련자들이) 투옥되고 나면 우크라이나인들이 평화협상에 복귀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이건 '헛소리'에 불과하며 건설적 대화의 바탕이 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종식은 전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미국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들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비나치화, 우리의 새 영토를 비롯한 러시아 안보에 대한 우리의 제안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핵심은 간단하다. 당신들 스스로를 위해 그것을 받아들여라. 그렇지 않으면 이 문제는 러시아 군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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