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니는 환자와 의사의 공동작품이다[지정현의 치아 건강이 100세 건강]

기자 2022. 12. 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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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걷기가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요즘은 너무 추워 못 하긴 하지만 서너 달 동안 학교운동장과 뒷산에서 맨발로 걷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가 좋지만 일단 신발을 벗고 맨발로 땅을 디디면 온몸에 상쾌함이 느껴집니다. 처음 일주일은 발바닥이 따끔따끔하고 힘들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산길에서 돌을 밟거나 나뭇가지를 밟고 굵은 모래가 깔린 학교운동장을 걸어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에 비해 제 남편은 발바닥이 아프다고 많이 힘들어합니다. 저는 “나는 곰발바닥이라 안 아픈가 봐”라고 했는데, 그게 진실이었습니다. 어느날 제 발바닥과 남편의 발바닥을 만져봤더니 제 발바닥은 살이 있어서 푹신푹신하고 각질이 두꺼운데, 남편은 살이 얇아 딱딱했던 거지요.

잇몸도 마찬가지입니다. 탄력 있고 건강한 잇몸도 있고 유난히 잇몸이 얇아 잇몸뼈가 그대로 느껴지는 잇몸도 있습니다. 틀니는 치아가 아닌 잇몸에 붙어서 잇몸에서 힘을 얻어야 합니다. 틀니를 끼다 보면 잇몸이 눌려서 아프게 되고, 또 시간이 지나면 잇몸뼈가 흡수되고 잇몸이 내려앉아서 틀니가 헐거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틀니를 하시는 환자분들께는 끼워 드리는 날, ‘이제부터 시작입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처음 끼시는 분은 틀니를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머리로 배우는 게 아니라 혀와 뺨 등 구강을 이루는 근육과 신경들이 틀니에 적응해서 적절하게 틀니를 잡고 사용할 수 있도록 몸으로 익혀야 합니다. 또 기존에 틀니를 끼셨던 분들은 익숙했던 내 틀니가 아닌 새 틀니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틀니는 치아가 완전히 없는 경우에 끼는 완전틀니(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모양의 틀니)와 치아가 남아 있는 경우에 그 치아에 고리를 걸어서 유지력을 얻는 부분틀니로 나뉩니다. 완전틀니는 잇몸에서만 유지력을 얻다 보니 빠지기가 쉬워서 적응이 어렵고, 부분틀니는 남아 있는 치아에서 유지력을 얻을 수 있어 적응이 쉽기도 하지만 틀니가 없어도 남아 있는 치아가 많으면 어려운 적응기간을 못 참고 틀니를 빼고 식사를 해서 적응을 못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의 틀니는 입천장에서 음압이 형성돼 조금만 적응하면 잘 빠지지 않지만 아래 틀니는 입천장처럼 넓고 편평한 구조물도 없고 이리저리 쉬지 않고 움직이는 혀가 있어서 잘 빠집니다. 그래서 요즘은 웬만하면 임플란트를 하는 추세입니다. 그렇지만 전신적인 건강상태가 많이 안 좋은 경우, 남아 있는 잇몸뼈가 매우 약하고 양이 적을 때 틀니를 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틀니도 잇몸뼈가 양이 좀 있어야 유지력도 좋고 잘 쓸 수 있어서 이런 경우 적응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틀니는 65세 이상에서 보험이 적용됩니다. 적응이라든지 유지가 어렵다 보니 보험으로 제작한 후 3개월 이내 6번까지는 무상수리도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적응이 안 되니까 새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보험 틀니 제작은 7년에 한 번씩만 되니까요.

틀니를 사용하는 동안 치과에서 유지·관리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끼고 일주일이 지나면 환자를 내원하게 하여 눌려서 아픈 곳이 있는지 확인하고 과도하게 눌리는 곳이 있으면 조정을 하게 됩니다. 특별히 눌리는 곳이 없어도 계속 힘들어하는 분도 계십니다. 사람마다 잇몸의 상태도 다르고 통증을 느끼는 것도 다릅니다. 틀니가 없어도 입 안이 마르고 화끈화끈한 작열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 안이 말라서 힘든 경우 인공타액을 쓰기도 하지만, 보통은 사탕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틀니를 해 드린 분 중 틀니를 하고 나서 불편감을 한 번도 호소하지 않았던 두 분이 기억납니다. 한 분은 치과공포증이 너무 심해서인지 정기체크도 안 오시다가 수년 만에 오셨는데 잘 쓰시고 계시다고 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또 한 분은 돌아가신 저의 시어머니입니다. 정말로 편하셨던건지 며느리가 불편할까봐 배려하는 마음에서 항상 편하다 말씀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몇 년 후에 다시 틀니를 해드렸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잇몸이 줄어들어 틀니가 헐거워지니까요. 틀니는 계속 변하는 잇몸에서 힘을 얻기에 틀니 안쪽에 레진을 첨가하는 등 보수해 가며 사용하는 보철물입니다. 환자와 치과의사가 함께 만들고 적응해 가야 하는 공동작품입니다.


■지정현은 누구?

지정현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치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의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죽전 스마트치과에서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죽전 스마트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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