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한파 녹인 전주 '얼굴 없는 천사'…23년째 온정
[앵커]
전북 전주 노송동에는 매년 이맘때면 몰래 거액을 기부하고 사라지는 '얼굴 없는 천사'가 있습니다.
천사의 선행이 올해도 이어져 세밑 한파를 녹였습니다.
벌써 23년째입니다.
김경인 기자입니다.
[기자]
주민과 공무원들이 종이 상자를 엽니다.
상자 안에는 빨간 돼지 저금통과 오만원권 지폐 뭉치가 담겨 있습니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기부금으로, 모두 7천6백5천580원입니다.
주민센터에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전화가 걸려온 건 오전 11시쯤.
4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이었습니다.
<오민희 / 전주 노송동주민센터 직원> "교회 옆에 주차된 차량 뒷바퀴에 상자를 놓고 가셨다고 하셔서 '얼굴 없는 천사분이 또 성금을 놓고 가셨구나' 해서…."
주민센터 직원들은 곧장 달려가 종이 상자를 찾았습니다.
상자 안에는 기부금과 함께 '대학 등록금이 없어 꿈을 접어야 하는 학생들과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달라'는 쪽지를 남겼습니다.
'모든 일들이 이루어졌으면 한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역시 자신의 이름과 얼굴, 나이와 직업은 알리지 않았습니다.
2000년부터 시작된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23년째입니다.
3년 전에는 성금 6천여만 원이 도난당하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천사의 선행은 한결같이 이어졌습니다.
누적 성금은 8억8천4백만 원이 넘습니다.
천사의 온정은 그동안 6천500여 가구에 전달됐습니다.
<송해인 / 전주 노송동주민센터 동장> "그동안 천사님의 사랑은 노송동 소년·소녀 가장과 불우이웃을 위해서 사용을 했는데요, 이번에는 천사님의 메시지를 담아서 전주에 있는 등록금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서 쓸 예정입니다."
얼굴 없는 천사의 한결같은 선행이 고물가로 힘겨운 겨울을 보내는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경인입니다. (ki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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