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시프트·넷제로 … 정부역할 가장 중요"

이새하 기자(ha12@mk.co.kr) 2022. 12. 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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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이끄는 클라이밋그룹 마이크 피어스 이사
기업 RE100경영 의지 강해도
정부 정책 후퇴하면 투자 주저
韓 재생에너지 비중 5% 그쳐
목표 더 높이고 공급 확대해야

"한국 기업들은 100% 재생 가능한 전력으로 전환하고 싶어하지만 정부 정책 때문에 주저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려면 정부의 명확한 정책적 신호가 필요합니다."

RE100을 이끄는 클라이밋그룹의 마이크 피어스 시스템전환 이사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그린시프트'를 위해선 그에 맞는 정부의 정책이 필수라는 얘기다. 최근 클라이밋그룹이 피어스 이사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 후퇴에 항의하는 서한을 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하자는 전 세계적인 캠페인이다. 구글과 애플 등 약 395개 글로벌 기업이 RE100 캠페인에 참여한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28개 기업이 여기에 동참했다.

피어스 이사는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는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재생에너지 목표를 높이고 재생에너지 공급을 빠르게 확대해달라는 요청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RE10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2050 넷제로(net zero·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 공약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에서 RE100에 동참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 어려운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8번째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지만, 전체 생산 전력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은 지난해 기준 4.7%에 불과하다.

피어스 이사는 "한국 기업들이 RE100에 대한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신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와 동등한 수준에서 경쟁하지 못한다면 넷제로를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RE100에 동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어스 이사는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환경에서 해외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경쟁사가 RE100을 이행할 경우 한국 기업이 이를 외면한다면 경쟁에서 도태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ESG(환경·책임·투명경영)와 지속가능성을 주요 요건으로 삼는 투자자가 많아지는 것도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선택하는 이유다. 피어스 이사는 "기후변화 영향이 계속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기업의 조치가 투자에 훨씬 더 중요한 요구 사항이 됐다"고 말했다. 또 공급망에서 RE100 준수를 요구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경우 자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에 RE100 가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피어스 이사는 재생에너지 사용이 결국 회사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점도 짚었다. 그는 "공정한 시장에서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보다 값이 더 저렴하다"며 "이젠 재생 가능한 전력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이끈다"고 강조했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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