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핵심소재 선점하라"… 기업 앞다퉈 '자원 찾아 삼만리'

서진우 기자(jwsuh@mk.co.kr) 2022. 12. 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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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살타 고지대에 자리한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리튬은 2차전지의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사진 제공=포스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북서쪽으로 1500㎞ 떨어진 도시 살타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지대엔 국내 기업 포스코의 깃발이 꽂혀 있다. 여의도의 27배에 달하는 염호 북쪽 2만5500㏊ 지역 리튬 채광권을 100년간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구 정반대편인 이곳에서 전기차용 2차전지 핵심 자원인 리튬을 생산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그린시프트'(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탄소 배출 설비의 운용 전환)의 핵심 중 하나는 전기차이며, 그 심장은 2차전지(배터리)다. 이를 만들기 위한 자원 확보에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비철금속 분야에서 세계 선두인 영풍과 고려아연은 나란히 2차전지 소재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영풍은 리튬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신공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배터리를 잘게 부숴 파우더로 만든 뒤 리튬을 추출(습식)하는 게 아니라, 단 한 번의 파쇄(건식)로 용광로에 집어넣어 리튬을 뽑는 기술을 내놓은 것이다.

고려아연은 한발 나아가 수소, 배터리 소재, 자원 순환 사업이라는 3대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전격 추진하고 있다. LG화학, 한화, 트라피규라 등 국내외 업체에서 지분을 투자받은 고려아연은 그린수소·배터리 동맹을 발판으로 삼아 다국적 기업들과 공동 투자, 기술 제휴 등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관계자는 "산업이 정체된 철강업계가 철강 제조 외에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자원 개발은 앞으로도 철강업계에서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미국, 호주, 영국 등에서도 배터리 자원을 확보하는 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배터리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양극재 포함 광물 확보가 대표적이다.

양극재는 리튬과 중간생성물인 전구체를 결합해 만드는데, 광물 조합에 따라 종류와 성능이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리튬·인산·철(LFP),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으로 양극재가 나뉜다.

중국 내 망간 제품 최대 가공·생산 기업인 톈안매니지스인더스트리그룹은 올해 초부터 고순도 황산망간을 생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4년까지 3기에 걸쳐 30만t, 30만t, 40만t씩 총 100만t의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미국 위벤트는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가 위치한 염호에서 가장 먼저 리튬을 상업화한 기업이다. 호주 갤럭시도 이를 따라 빠른 상업화 시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원의 중요성은 각국 보호주의 움직임 때문에 더욱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배터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만 혜택을 준다. 이에 호주 기업 사우스32는 최근 총 5500만t의 망간이 매장된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광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를 겪은 유럽연합(EU)은 주요 원자재의 자국 내 생산·개발 제품에 한해서만 혜택을 주는 핵심원자재법(CRMA)을 내년 중 입법할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 1분기 안에 CRMA 초안을 만들 방침이다.

자원 재활용도 일종의 자원이다.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0년 4000억원에서 2025년 3조원, 2030년 12조원, 2040년 87조원, 2050년 600조원 등으로 급격히 확대될 전망이다.

LG화학은 최근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업체 재영텍과 24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북미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성일하이텍과 폐배터리에 포함된 리튬·망간·코발트·니켈 등을 회수하는 사업을 함께하고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일반적인 전기차 배터리 수명이 5~10년이고 전기차 보급이 2020년 전후로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2025년부터 폐배터리 시장이 본격 확대될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2차전지에 들어가는 자원의 종류와 양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경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외신 등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양극재 시장 규모는 2018년 164억3000만달러에서 내년 221억7000만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리서치 분석에서는 내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설치량이 올해보다 53% 증가한 735GWh, 2025년에는 1689GWh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2차전지 양극재 가운데 가격이 높은 니켈과 코발트 등은 대부분 외국에서 나온다.

이 가운데 코발트는 전체 중 70%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 매장돼 있다. 일본은 최근 재빠르게 콩고 정부와 협약을 맺어 안정적인 코발트 확보에 나섰다.

중국은 음극재 재료인 흑연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해외에서 자원을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자원 가공품을 수출하는 식으로 2차전지 자원 분야 부국이 돼가고 있다. 일찍이 중국은 호주나 콩고, 칠레 등에 꾸준히 투자하며 관련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기 때문에 2차전지 분야 자원보다 해당 자원의 가공·공급 면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2차전지 광물에 대한 중국 수입 의존도가 58.7%로 일본(41%), 독일(14.6%)보다 높았다.

2020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2차전지 핵심 광물 수입을 살펴보면 산화·수산화코발트와 산화·수산화리튬 모두 중국 의존도가 80%를 넘었다. 탄산리튬의 칠레 수입 의존도는 무려 90%에 가까웠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핵심 광물의 지나친 특정국 의존도가 발목을 잡지 않도록 공급망 위험을 분산시키고 희소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원천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살타(아르헨티나)/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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