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85분 지각 도착’ 이상민···“이미 골든타임 지난 시간이었다” 논란

탁지영·조문희 기자 2022. 12. 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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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기관보고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첫 보고를 받은 뒤 85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한 데 대해 “이 시간은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재난 및 안전 관리 주무부처 장관의 늑장 대응을 지적하자 내놓은 답변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제가 골든타임을 판단할 능력이나 자격이 없는데 성급한 발언이었던 것 같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1차 기관보고에 출석해 “장관은 현장이나 상황실로 바로 움직였어야 되는데 85분 걸렸다”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경기 일산에 사는 운전기사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으로 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윤 의원이 “기사가 올 때까지 기다렸나”라고 묻자, 이 장관은 “그 사이에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대체 방안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저라면, 통상적인 사람이라면 택시라도 타고 지시를 내리면서 간다. 그 시간 동안 참사 현장에서는 많은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었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이 장관은 “이 시간은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라며 “제가 그 사이에 놀고 있었겠나.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여기저기 전화하면서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 10월29일 오후 11시20분 첫 보고를 받았고, 30일 오전 0시45분에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참사 발생 시각으로 추정되는 시점은 10월29일 오후 10시15분이다. 이 장관은 지난 23일 국조특위 행안부 현장조사에서 참사의 골든타임은 언제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윤 의원 질의에 “적어도 1시간 이내였을 것이라 본다”고 답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오영환 민주당 의원이 재차 골든타임 발언을 지적하자 “제가 골든타임을 판단할 능력이나 자격이 없는데 성급한 발언이었던 것 같다”며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장관이 국정조사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3일 행안부 현장조사에서도 “그 날 이태원에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을 꾸리는 게 촌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었다” 등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다.

국회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기관보고가 27일 국회에서 열렸다. 유가족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여야는 이날 기관보고에서 참사 당시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3당은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근거로 재난 및 안전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실 및 국가안보실이라고 추궁했다. 참사 당시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경찰, 소방 등 관계 기관을 총괄적으로 지휘·조정하는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한오섭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상민 장관이 재난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를 놓고 혼선을 빚은 점을 문제 삼았다. 한 실장은 이날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께서 이태원 참사 초기에 ‘재난 및 안전에 관한 컨트롤타워는 대통령 자신’이라고 말씀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실장은 지난달 9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상황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컨트롤타워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도 이날 “재난안전기본법상 행안부 장관이 재난에 대해서 총괄·조정을 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답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참사 당시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경찰과 소방 간 공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재난·안전 관리 책임자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자체가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책임 소재가 대통령실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고 총력전을 폈다. 조은희 의원은 “용산 대통령실 프로세스는 어떤 정부의 프로세스보다 빨랐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박형수 의원도 “각 기관마다의 대응이 늦어졌다고 해서 컨트롤타워로서의 국정상황실 또는 대통령의 대응이 부적절했다고까지 얘기하는 것은 좀 과한 이야기 같다”고 했다.

방문규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은 ‘(최근 대형 참사 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이 가장 빨랐던 것 아니냐’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중대본을 구성하지 않은 사례도 많다. 대구 지하철 화재의 경우에는 수습이 끝난 지 8시간 이후에 구성됐다”고 답했다.

여당은 의사 출신 신현영 민주당 의원의 ‘닥터카 탑승 논란’을 집중 포화했다. 국조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신 의원 출신 병원인 명지병원과 야권이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돌아가신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도, 조국(전 법무부 장관)의 딸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 아들도 거기에 입원했다. 문재인 정권 때 200억원이 넘는 수익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다는 국조특위 목적에 맞지 않게 정쟁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관하던 고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는 참다 못해 “신현영 하나 늘고 물어지는 국정조사가 의미 있나. 여당 의원들의 태도에 불만스럽다”고 외쳐 회의가 한 차례 중단됐다.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회장은 정회 후 “이건 국정조사가 아니고 국민의힘을 위한 조사”라며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 원한을 밝혀달라고 했는데, 원한을 밝혀주는 게 아니고 오히려 국민의힘 자신들이, 정부 고위공직자들을 다 대변을 해주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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