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가 보증보험 신청했다니"… 240채 보유 정씨도 1년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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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을 대량 매입한 후 보증금을 내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김대성'과 유사한 사건이 작년에도 두차례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사망한 정씨는 사망 후인 8월에 보증보험신청서에 전저서명을 한 것이 확인돼 전세사기를 설계한 장본인이 따로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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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임차인 A씨는 전세계약 1개월 만에 집주인이 20대 송모씨로 변경된 사실을 알게 됐다. 계약 만기일이 다가와 연락했더니 이미 작년 12월 사망했다는 소식이 돌아왔다. 상속자를 찾아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데 송씨 가족 중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주택 240여채를 보유하고 있던 40대 임대인 정모씨가 작년 7월 30일 사망했다. 정씨는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간 주택을 집중 매입했고 사망 전날인 29일까지도 임차인과 전세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은 대부분 대리인을 통해 진행됐다.
주택을 대량 매입한 후 보증금을 내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김대성'과 유사한 사건이 작년에도 두차례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알려진 20대 송씨 외에 40대 정씨까지 추가로 등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27일 열린 '전세사기 임대인 사망사건 피해 임차인 기자회견'에서 피해임차인들에 의해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송씨 사망 피해임차인 A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송씨 집주소를 찾아가봤더니 우편함에 고지서가 30장 넘게 쌓여있더라"며 "이미 알려진 것 외에 피해자가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A씨는 "계약만기를 한달 앞두고 상속자를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전세대출 연장기한인 6개월안에 상속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라며 "금전적, 정신적 피해로 인해 정상적인 일상을 지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7월 사망한 정씨는 사망 후인 8월에 보증보험신청서에 전저서명을 한 것이 확인돼 전세사기를 설계한 장본인이 따로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정씨 사망 피해임차인 B씨는 "4~7월 계약이 집중된점, 사망전날까지도 계약을 체결한 점, 7월에 사망한 집주인이 8월에 보증보험신청서에 전자서명한 점 등이 단순 사망사건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임대인 정씨는 바지사장일 뿐, 누군가가 제대로 설계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B 씨는 이어 "숨진 정씨와 김대성이 같은 건물에 호수만 다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건이 연결고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황은 있지만 정씨가 사망해 공소권이 없다는 이유로 수사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억울하다"고 털어놨다.
이날 회견장에는 송씨와 정씨 사망 피해임차인 외에 김대성 사건 피해자들도 함께 자리했다. 이들은 대부분 주택도시공사(HUG)의 전세보증금보증보험에 가입돼있지 않아 피해가 막대한 상황이다. 해당 주택이 경매에 낙찰돼야 보증금을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
김대성 사건 피해자 C씨는 "김대성에게 걸린 조세채권이 2020년 2억5000만원, 2021년 60억원 등 막대한 규모여서 경매 신청을 해도 무잉여 기각이 나고 있다"며 "특히 공매는 경매와 달리 임차인이 보증금을 상계처리하는 제도가 없어 제가 직접 낙찰받기도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들은 정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지난 22일 국토교통부와 HUG 등이 피해임차인을 대상으로 전세사기 지원방안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사실상 진전된 게 없다는 불만이다.
배소현 피해임차인 대표는 "임대인 사망으로 인한 전세사기 피해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지난 7월에 사망한 정씨 사건 등 선례가 있었음에도 그간 매뉴얼이 안 만들어져 있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늦장 대응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부가 전세사기 지원TF를 발족했지만 갈 길이 멀다"며 "지난 22일 피해임차인 간담회를 통해 HUG가 적극 소통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후 아무 연락이 없어 어떤 방법으로 소통하겠다는 것인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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