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 무너진 교권에 '학생부 기재' 카드 효과 낼까
교사-학생 간 갈등 심화·법정 다툼 증가 등 부작용 지적도
교육부가 중대한 교권침해에 대한 조치를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한 것과 관련,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27일 발표한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은 수업을 방해하는 등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해 전학·퇴학 같은 '중대한 처분'을 받은 학생의 경우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남게 하는 것이 중심 내용이다.
또한 가해 학생은 피해 교원과 즉시 분리하고, 교원에 대한 법률지원도 확대하는 것도 포함됐다. 교육부는 또한 피해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가해 학생을 교원에게서 즉시 분리하고, 교원의 피해 비용 보상과 법률지원도 확대한다. 지금까지는 교사가 특별휴가 등을 내 학생을 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가해 학생을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출석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은 학생의 경우는 학부모와 함께 특별교육을 받도록 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추가 징계도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이 같은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이 나오게 된 것은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학생 개개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조치는 강화됐지만, 특정 학생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할 경우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나 교사의 인권을 보장하는 조치는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권침해가 점점 심각해지는 데다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9일 전북 군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기간제 교사 A씨의 얼굴과 턱 등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폭행하는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A씨는 전치 2주의 부상을 당했다.
8월에는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수업 시간에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를 보는 영상이 퍼져 논란이 됐고, 앞서 6월에는 경기도 수원의 한 초등학교 학생이 동급생과의 몸싸움을 말리던 교사들에게 실습용 톱을 던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2019년 2662건이었다가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줄면서 2020년과 20201년 각 1197건, 2269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등교 정상화로 올해는 1학기에만 1596건을 기록했다.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3000건에 육박하게 된다.
교육부는 학생부 기재의 경우 교육 현장에서 '낙인효과'를 우려하는 게 사실이지만,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교사가 수업 혁신을 이끌도록 돕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학교폭력 대응 방안에서처럼 이번 조치도 교사와 학생의 갈등을 심화시킬 뿐 예방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학생부는 입시와 연결되기 때문에 전학·퇴학 등 학생부에 기재되는 교권침해 조치 결과에 대해서는 법정 다툼이 더 빈번해지고, 이 과정에서 교사가 추가 피해를 볼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올해 국정감사 이슈 분석자료에서 전학이나 퇴학 처분을 받은 침해 학생이 시·도 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재심 이후에도 법적 쟁송을 진행하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병행할 경우 사안 종결까지 1-2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학생부에 기재하는 교권침해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를 놓고 교육부는 교권보호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7개 조치(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가운데 가장 중대한 전학·퇴학 조치에 한해 기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학과 퇴학은 교권침해 사안 가운데 극히 일부 사례에만 적용되는 조치라는 점에서 이번 교육부가 내놓은 교권 침햬 예방을 방안이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이다.
교육부가 올해 7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 2098건 가운데 출석정지가 947건(45.1%)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고, 교내봉사 296건(14.1%), 특별교육 이수 226건(10.7%) 순이었다. 전학은 195건(9.2%), 퇴학은 41건(1.9%)으로, 전체 조치의 11% 수준이었다.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중대한 교권 침해 행위에 대해 '학생부 기재'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교육부의 조치에 대해 교원단체들은 '낙인효과 우려'와 '학생부 기재 범위 확대 필요'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조치사항을 기록하는 것은 교육적 지도를 통한 교육활동 침해 예방이라는 본래적 역할은 충족시키지 못한 채 사실상 학생에 대한 위협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출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부 기재 대상은 교권보호위 처분 모두여야 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경중을 고려한다면 최소한 출석정지 이상에 대해 기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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