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아쉬운 '재벌집' 엔딩

심윤희 기자(allegory@mk.co.kr) 2022. 12. 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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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용두사망" "'국밥집 첫째 아들'로 제목을 바꿔야 한다".

지난 25일 방영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마지막회를 놓고 온라인이 시끌벅적하다. 쏟아진 성토는 한마디로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는 것이다.

흙수저 주인공이 재벌가에 다시 태어나 인생 2회 차를 사는 것이 서사의 큰 축이다. 실제 재벌가를 연상시키는 스토리 라인에 현대사의 굵직한 경제·사회 사건을 녹여내며 최고 26%라는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으로 척척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을 죽인 이들에게 복수하는 '사이다 전개'에 대중들은 열광했다. 특히 이 드라마가 채택한 '회빙환(回憑還, 회귀·빙의·환생)'이란 흥행 공식이 "이번 생은 망했다"는 대중들의 '이생망' 정서를 건드리면서 호응은 더 컸다. 그런데 최종회에서 주인공은 "이젠 안다. 빙의도 시간여행도 아니다. 그건 참회였다. 진도준에 대한 참회, 그리고 나 윤현우에 대한 참회"라고 읊조린다.

'회빙환'이라는 플롯을 이탈한 데다 이야기가 수습이 안 될 때 사용하는 클리셰 "모든 게 꿈이었다"는 '일장춘몽'식 귀결. 판타지에서 리얼리즘으로의 급격한 장르 전환이다. 진도준에 감정이입을 하고 16회까지 달려온 수많은 시청자들이 허탈해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2004년 "다 소설이었다"는 결말로 시청자들에게 패닉을 안겼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 이은 황당한 엔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혹평이 쏟아지는 이유는 결말이 원작인 웹소설과 달라서다. 원작에서는 진도준이 순양그룹 회장에 오르고,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며 "이제 죽은 자는 잊고 산 자로 돌아가야겠다. 윤현우가 아닌 진도준으로…"라고 끝을 맺는다.

드라마 각본은 누가 뭐래도 작가의 영역이다. 원작을 꼭 고수하란 법도 없다. 하지만 카타르시스와 연민, 공감이 드라마의 미덕이라는 점에서, 결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많은 것은 아쉽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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