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넘게 ‘카드뮴’ 배출·낙동강 오염해온 영풍석포제련소에 환경부 ‘조건부 허가’ 내줬다

강한들 기자 2022. 12. 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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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의 석포제련소 제1공장에서 배출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50년 이상 중금속 물질을 배출해온 영풍석포제련소에 환경부가 시설 개선을 조건으로 환경오염시설 허가를 다시 내줬다. 환경단체는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만으로도 영업 정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오는 28일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환경오염시설 허가를 결정한 검토 결과서를 사업자와 관할 지방환경청, 지자체에 통보한다. 오염 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19개 업종 중 대기오염물질이 연간 20t 이상 발생하거나 폐수를 하루 700㎥ 이상 배출하는 사업장은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유·화학’ 업종에 속하는 영풍석포제련소는 올해 말까지 대기환경보전법, 물환경보전법 등 7개 환경 법률의 10개 배출 시설 인허가를 새롭게 받아야 했다.

환경부는 영풍석포제련소가 10대 분야 100여 개의 허가 조건을 3년 뒤인 2025년 12월까지 이행할 것을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다고 설명했다. 먼저 주요 배출구별 9개 오염물질 중 질소산화물·황산화물·비소·니켈·카드뮴·벤젠·이황화탄소은 ‘대기환경보전법’ 상 배출허용기준보다 2배 강화하고, 납·포름알데히드는 1.4배 강화한다.

환경부는 영풍석포제련소가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굴뚝자동측정기기(TMS)를 추가로 설치하고 3년 내 배출 기준을 달성하도록 시설을 보강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했다. 앞서 영풍석포제련소는 2019년 대기 측정기록부를 조작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여서 보고한 전력이 있다.

아연 분말의 흩날림을 방지하기 위해 운반·보관 모든 과정에서 밀폐 등 조치도 추가된다. 중금속을 함유한 공정액이 반응기나 침전조 하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노후반응기를 단계적으로 교체하는 작업도 이뤄져야한다. 다만, 환경부는 노후반응기 교체는 2027년까지 이행하도록 했다. 오랜 기간 토양·지하수를 오염시켜온 부지 상부의 제련잔재물 약 50만t도 3년 이내에 전량 반출·위탁 처리해야 한다.

환경부는 허가 조건을 맞추기 위해 영풍석포제련소가 2020년부터 올해까지 약 1637억원을 썼고, 향후 3년간 4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018년 경북 봉화군 석포리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아연 제련 공정 중 오염물질이 포함된 증기가 배출되고 있다.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환경단체 “영풍 석포제련소 영업 정지했어야”

환경단체는 실제 시설을 개선하는데 투자되는 비용이 아닌 것까지 ‘투자액’에 포함돼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4000억원 중 2054억원 침전 저류지의 잔재물 50만t에 대한 반출·처리 비용이고 1064억원은 봉화군의 토양 정화 명령을 이행하는 비용”이라며 “기존 제련소에 쌓여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비용과 이미 내려진 정화 명령을 이행하는 비용까지 투자 비용으로 산출하는 것은 환경부가 제련소를 두둔해주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는 영풍 석포제련소의 경우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만으로도 이미 영업 정지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대구지방환경청, 지자체 등이 55회에 거쳐 해당 업체를 점검한 결과 총 76건의 환경법령 위반사항이 적발되고, 25건이 고발됐다. 2016년 석포면 주민은 혈중 카드뮴·납·비소 농도가 대조군 대비 8~76%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2019년에는 지하수 측정공 33곳에서 카드뮴이 차수벽을 거쳐 기준을 초과해 유출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퇴적토’의 경우 제련소 기준 하류 60㎞가 떨어진 안동호까지 카드뮴·아연 농도가 ‘매우 나쁨’ 등급이었다. 제련소 반경 1㎞ 내에서는 2020년 미세먼지·카드뮴·비소에서 연간 대기환경 기준을 초과했다. 지난해 공장 내부의 토양을 조사한 결과 기준치 대비 최대 23배에 달하는 중금속이 측정되기도 했다.

환경오염시설법상 행정처분 기준에 따르면 사업자가 허가 배출 기준을 초과할 때는 1~4차로 갈수록 경고, 조업정지 10일, 조업정지 20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허가조건을 미이행한다면 1~4차에 각각 경고, 조업정지 10일, 조업정지 1개월, 조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는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영풍석포제련소는 지금까지 밝혀졌던 문제에도 불구하고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소송을 통한 대응으로 50년 역사상 조업정지는 10일에 지나지 않았다”며 “환경부는 제련소를 가까이에서 감시하기 위해 봉화군에 출장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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