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고향 … 그림이 된 정지용 詩
황영성 김병종 김유준 등
작가 10명 작품 20점 펼쳐
1월 11일까지 갤러리서림
"실상 나는 또 하나 다른 태양으로 살었다.// 사랑을 위하연 입맛도 일는다/ 외로운 사슴처럼 벙어리 되어 산길에 슬지라도// 오오, 나의 행복은 나의 성모마리아!"
정지용은 시 '또 하나 다른 태양'에서 장미꽃도 자신의 행복도 성모마리아를 섬기는 기쁨에 비할 수 없다고 노래했다. 시인의 대표적인 종교시를 김병종 화백이 화폭에 옮겼다. 생명과 삶의 환희를 그려온 그의 작품 세계와 만난 정지용의 신앙심은 따스한 세계관으로 표현된다.
1987년 첫 전시를 열어 올해 36회를 맞이한 서울 청담동 갤러리서림의 '시(詩)가 있는 그림' 전이 다시 찾아왔다. 그동안 시 563편을 120명이 넘는 화가가 그려온 이 전시는 올해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 정지용의 시편으로 초대한다. 정지용의 탄생 120주년을 맞아 오는 1월 11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는 화가 10명의 작품 20여 점이 걸렸다
정지용의 대표시 '향수'는 1923년 3월 일본 유학 초기에 고향을 그리며 쓴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비엔날레 위원장과 광주시립미술관장 등을 지낸 원로작가 황영성은 한국인의 애송시 '향수'를 80호와 20호 크기 등 여러 점의 전원 풍경화로 그려냈다.
김병종 작가는 방해말 석채 등 독특한 채색을 사용하는 풍죽 시리즈에 시 '풍랑몽'의 이미지를 접목해 정지용 시인이 1922년 바람에 물결치는 마포나루에서 느꼈던 감상을 강렬하면서도 신비한 느낌으로 표현했다. 홍익대 교수를 역임한 김유준 작가는 정지용의 동양적 사상을 담고 있는 작품 '비로봉'을 통해 천지 우주에 속한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함, 애틋한 인간의 감정을 간결하게 압축했다.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태웅 작가는 자연풍경을 독특한 질감으로 따뜻하면서 서정적으로 그려왔다. 그가 선택한 시 '고향'은 한국적인 정서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프랑스, 독일 등에서 활동해온 정일 작가는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 왕자'에 심취해 인간 내면의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감성을 화폭에 옮기고 있다. 정지용 시인의 작품 중 가장 순수한 감성을 노래한 '오월 소식'과 누구의 시인지도 모르고 세상에 회자됐던 동시 '호수'를 자신의 서정적이고 동화적인 세계로 표현했다. 동물을 의인화해 동화 속 세계로 안내하는 안윤모 작가는 정지용의 모더니즘 대표시 '카페 프란스'를 자신의 독특한 로맨틱한 분위기로 형상화했다. 장명등, 울금향, 앵무새를 등장시켜 당시의 새로운 풍경인 카페라는 장소를 화폭에 옮겼다.
최근 독일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금동원 작가는 정지용의 종교시 '나무'와 봄날에 피어나는 생명을 노래한 '홍춘'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색면추상에 매진해온 이명숙 작가는 석류의 알알을 통해 옛 추억과 이야기를 노래한 정지용의 시를 추상적으로 그려냈다. 황은화 작가는 정지용의 '유리창'을 몇 년 전 발표한 이후 시리즈로 이어오고 있다. 광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옷핀 작가' 김재성은 동양적인 난초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정지용의 시와 같이 난초를 진주핀으로 표현해 은은하면서도 깊이 있는 독특한 작품으로 제작했다.
김성옥 갤러리서림 대표는 "시의 이미지를 화가들이 자기만의 기법과 감성으로 재창조하는 것"이라고 전시에 대해 설명했다. 시화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2023년 달력으로도 배포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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