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으로 이사가?”... 전세시장,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 호기’ 의견도

이미호 기자 2022. 12. 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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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한파에도 불구... 구축 아파트 중심 임대차 ‘활발’
내년 하반기부터 전세가 상승 전망
일각선 “조정 국면 더 길게 갈 수도”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아파트 전세 가격이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진 가운데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원하는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기 시작했다. 특히 대표 학군지인 강남구 대치동, 서초구 반포동에서 재건축이 확정됐거나 예상되는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월세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학군지 이동을 원하는 학부형들에겐 지금이 최적 타이밍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에 신속통합기획안 재건축 정비계획안 안내 대형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뉴스1

2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전셋값은 전주보다 0.19% 떨어졌다. 보증금 반환이 시급해진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추면서 매매보다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강남권 대단지 중심으로 가격이 내렸는데 강남구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입주 여파로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 등의 전셋값이 전주보다 5000만원 이상 하향 조정됐다.

이는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역전세난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3375가구가 새로 입주한 여파다. 일대 전셋값이 추가로 하향 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래된 대단지일수록 하락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원래 가격이 높았던 단지들의 대형 면적 전셋값이 크게 빠졌다”면서 “주변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구축은 가격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셋값 하락 기조는 연말에 접어들면서 더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이달 첫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89% 하락하면서 2012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후 역대 최대 하락을 기록(한국부동산원 조사)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주간 변동률은 올해 6월까지만 해도 -0.01% 수준을 유지했지만, 7월부터 점차 낙폭이 커졌다.

이런 ‘전세가 하락’은 학군지 이사를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기회의 요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전세 매물에 대한 문의가 서서히 늘고 있다는게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대치동 미도아파트는 학부형들 사이에서 수요가 높은 전용면적 84.96㎡는 8억원에 전세 물건이 나와 있다.

미도아파트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일원·개포 쪽에서 넘어오려는 대기자가 많다”면서 “대부분 자기 집을 내놓았는데 나가질 않으니 집이 나가는 대로 바로 연락하겠다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수능 끝나고 나서 문의가 조금씩 늘고 있다”면서 “통상 개학 전 2월 말까지도 문의가 이어진다”고 했다.

일각에선 겨울방학을 이용해 학군지로 이동하는 실수요자들은 통상 1월부터 움직였지만, 주택경기 불황으로 ‘이동 시점’이 11~12월로 앞당겨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미도1차아파트는 지난 6월 이후로 매매는 단 한건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전월세는 10월에는 11건, 11월에는 10건 거래됐다.

미도1차아파트 84.48㎡ 전세는 작년 11월 11억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12월에는 7억8000만원까지 가격이 빠졌다. 128.01㎡ 전세는 작년 12월 17억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12월에는 13억3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대치초 근처인 선경1차(1~7동)아파트도 지난 10월 8건, 11월 5건 등 전월세 거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개포우성 1·2차도 전월세 거래는 끊기지 않고 있다.

서초구에선 서초동 삼풍아파트 거래가 꾸준했다. 삼풍아파트 전세는 작년 12월 전용면적 79.47㎡가 12억원에 거래됐지만, 6억6100만원까지 전셋값이 떨어졌다. 130.73㎡는 같은 기간 16억원에서 9억9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거래 건수는 12월에 총 14건(전세 8건·반전세 6건)이 거래됐고 11월에는 총 28건(전세 16건·반전세 12건)이 거래됐다. 삼풍아파트는 원명초를 비롯해 서일중, 반포고 등 명문 학군으로 통하는 곳에 위치했다. 지난 1988년 준공 및 입주했고, 현재 1차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세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금이야말로 학군지 이동을 희망하는 전세 수요자에겐 ‘최적이 시기’라고 평가하는 시각이 있다.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금이 큰 폭으로 빠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세가격이 내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상승 움직임을 보이다가, 2024년에는 본격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2024년은 2020년 8월부터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의 만료기간(2+2년)이 도래하는 시점이다. 또 국토교통부와 부동산R114가 분석한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 추이’에 따르면 2024년 아파트 신규 입주물량은 역대 최저(1만2000가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내년 하반기부터 매매가격 하락이 멈출 가능성이 있는데 전월세 가격도 이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면서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가 전월세 수요자에겐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역사상 최고의 기회”라고 했다. 이어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가가 낮을때) 빨리 실행에 옮기면 4년이라는 시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적절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전세 하락기’가 내년 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조정 국면이 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채상욱 포컴마스 대표는 “내년 하반기가 역전세의 클라이막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락기는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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