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탈선 사후…코레일 “70억 피해 구상 청구” VS 현대로템 “납품 당시 정상 차륜”

김동환 2022. 12. 2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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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영동터널 인근 KTX 탈선 원인으로 차륜의 ‘피로 파괴’ 지목
코레일, 제작사 현대로템에 70억원 규모 피해구상 청구 예정
현대로템, ‘정상 차륜’ 강조하고 “유지보수의 영역” 반박
사고 지점 부근에서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 화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제공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지난 1월 충북 영동터널 인근에서 발생한 KTX-산천 열차 탈선사고 주된 원인으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지목한 차륜(바퀴) ‘피로 파괴’ 관련, 제작사인 현대로템에 70억원 상당의 피해 구상을 청구할 방침이다.

재료 내부의 피로나 미세균열 등이 진행되다가 파단(破斷)되는 것으로, 반복하중이나 변동하중의 장기간 작용이 ‘피로 파괴’의 이유로 지목된다. 바퀴에 하중이 지속적으로 가해져 내부에 미세균열 등이 생기면서 파손됐다는 뜻이다.

코레일의 이러한 방침에 제작사인 현대로템 측은 도입 당시의 차륜은 국제 규격을 만족한 '정상 차륜'으로 아무 이상이 없었다며, 열차 운행 햇수를 들어 제작이 아닌 유지보수의 영역에 문제를 둬야 한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제공
 
◆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열차 중간 차륜의 '피로 파괴'를 탈선사고 원인으로 지목

앞서 사조위는 올해 1월5일 경부고속철도 하행선 대전-김천구미역 구간에서 발생한 KTX 궤도이탈 사고의 조사 결과서(92페이지 분량)를 지난 26일 내놓고, 열차 중간 차륜의 ‘피로 파괴’를 탈선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열차 진행방향 중간부 대차의 뒤축 우측 차륜이 제작사양으로 정한 사용한계 도달 이전에 ‘피로 파괴’로 파손돼 탈선사고가 났다는 의미다.

파손 차륜의 경도와 인장강도가 최소 허용치보다 낮고 균열 시작점에 ‘미세기공’이 군집·분포된 점, 기존 초음파검사로는 차륜 전체 내부 결함을 조기에 발견할 수 없었던 점 등이 사고에 영향을 준 것으로 사조위는 분석했다.

사고 열차는 2016년 현대로템이 제작해 2017년 4월1일부터 영업운행을 시작했고, 전·후방 동력차 1량씩과 중간 객차 8량 등 총 10량으로 편성됐다. 차륜은 열차 제작사인 현대로템이 이탈리아의 차륜 제작사인 ‘루치니(LUCCHINI RS)’에서 차축과 함께 일괄 납품 받아 장착했다.

코레일은 ‘철도차량 유지보수세칙’과 ‘고속철도차량 유지보수기준’에 따라 정기적으로 열차를 정비했고, 사고차륜도 검사 주기에 따라 2017년 11월을 시작으로 2019년 2월, 2020년 5월, 2021년 5월에 총 4차례 초음파탐상을 실시했다. 차륜은 시운전 기간을 포함해 총 5년 동안 207만8000㎞를 주행한 후 파손됐다.

사고 열차의 차륜은 직경·두께·높이 등은 모두 기준치 이내로, 2017년 4월부터 사고가 나기 전인 지난해 4월까지 총 5회에 걸쳐 ‘삭정’이 이뤄졌다. 삭정은 열차 바퀴의 일부분을 깎아서 바퀴와 레일 간의 접촉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 삭정 후 차륜 직경은 874.8㎜로 사고 당시에는 이보다 좀 더 줄어든 869.0㎜였지만, 사용한도(마모한계)인 850㎜에는 도달하지 않아 운행에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었다.

열차 운행을 담당한 A(57) 기장은 ‘대전역 출발 후 서울역 기점 184㎞ 지점에서 시속 230㎞ 구간을 225㎞로 운행했다’며 ‘견인운행 중 (서울역 기점) 약 193㎞ 지점에서 ’쿵‘하는 소리가 나며 비상제동이 체결되고 주회로차단기(MCB)가 개방돼 전차선 전압이 0V(볼트)로 표시돼 정차했다’고 진술했다고 보고서에 적혔다. 관제사를 호출해 비상제동체결 정차 상황을 보고한 후에 차량 기동을 시도했지만, 주공기 압력이 상승하지 않아 기동할 수 없었고, 운전실에서 하차해 열차를 살펴본 동안 차축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고도 되어 있다.

사고로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승객 7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고, 215개 열차 운행이 지장을 받으면서 코레일 추산 5억4000여만원의 영업피해가 났다. 이 외에 차량 분야 9600여만원에 레일 파손 등으로 약 5억5000만원 등 7억1000만여원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전체적인 피해 액수만 10억원이 넘었다.

사조위는 고속열차 차륜 발주에서 유지관리 등 모든 단계의 안전성 확보 방안 마련·시행, 차륜 내부 결함의 조기 발견이 가능하도록 초음파검사 방식·주기 등을 코레일에 권고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제공
 
◆코레일, ‘현대로템’ 상대 70억 피해구상 조치 VS 현대로템 “납품 전 검사에서 이상 없었던 ‘정상 차륜’”

코레일은 바퀴 전체부위 내부결함의 조기 발견이 용이하도록 ‘위상배열 초음파검사’ 방식을 지난 5월부터 적용 중이라면서, 초음파검사 주기를 현재 45만㎞에서 30만㎞로 단축하고 유지보수 매뉴얼 개정 등 바퀴 관리기준을 강화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어 “안전권고 사항에 대한 조치를 조속히 완료하는 한편,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바퀴를 납품한 차량 제작사(현대로템)에 사고에 따른 피해액(약 70억원)에 대한 피해구상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탈선 사고 직후 안전운행을 위한 긴급조치로 사고 열차와 같은 시기에 도입한 KTX 차량 주행장치 특별점검을 벌였고, 동종 KTX-산천 13편성의 바퀴도 1월 중에 이미 교체를 완료했다고 코레일은 전했다.

아울러 시속 270㎞ 이상 주행 시 좌우진동으로 인한 횡방향 가속도가 일정 기준 지속돼 고장 메시지를 나타내는 이른바 ‘대차헌팅’이 지난해 경부선 상·하행 전체 구간(왕복 총 796.4㎞)에서 총 4791회 발생했고, 이 중 288회가 광명역 제어 담당 권역에서 일어난 데 대해 외부 전문가와의 합동 정밀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의 피해구상 청구에 현대로템은 ‘파손 차륜’은 최초 납품 당시 철도안전법의 ‘철도차량 제작검사 시행 지침’에 따라 제3의 공인기관이 입고 검사를 실시했다면서, “검사 결과 경도 등 성능이 차륜 제작 관련 국제 규격인 EN 13262 기준을 만족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해당 차륜은 납품 전 실시했던 공식적인 성능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던 ‘정상 차륜’이라고 강조했다. 사고 열차가 2017년부터 이미 207만㎞ 이상에 달하는 거리를 주행한 ‘보증 외 차량’의 차륜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제작’이 아닌 ‘유지보수’의 영역에 있다고도 했다. 현대로템은 납품일을 기준으로 3년을 열차의 보증 기간으로 두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보다 안전한 KTX 운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양질의 차량 납품에 지속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고속철도차량 제작에 앞으로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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