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 승계구도? 고심 깊은 조선일보

김도연 기자 2022. 12. 2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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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넣은 방통위 민원에 궁금증 커져
방통위 "개별사 민원"… "지주회사 이슈일 것"
일각선 지배구조 재편-경영권 승계 연결하기도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조선일보가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재편을 고심 중이다. 최근 조선일보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민원을 신청했는데, 조선미디어그룹 내에선 지주회사 전환에 관한 내용 아니냐는 입말이 오간다.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후계 문제와 연동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1948년생인 방 사장(75)은 1993년 취임한 이래 29년째 조선일보 대표이사 사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26일 “조선일보사가 개별사 차원에서 신청한 민원이다. 민원인 요청이 없는데 관련 내용을 확인해줄 수는 없다”고만 했다. 조선일보는 방통위 민원에 관한 본지의 질의에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이 가운데 조선일보 민원은 지주회사 전환 등에 관한 유권해석 요청일 거란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 이슈가 아니면, 신문사가 방송산업 주무부처인 방통위에 민원을 넣을 이유가 있겠냐는 것.

▲ 조선일보 사옥 사진. 사진=미디어오늘.

조선미디어그룹의 한 인사는 “지주회사 전환은 과거에도 나왔던 이야기다. 거기에서 얼마나 진전된 내용이 오갔는지 모르겠다”면서도 “현재 TV조선은 조선일보 자회사인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조선일보가 아닌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 방통위 승인이 필요한 것으로 안다. 만약 방통위에 문의했다면 그런 차원에서 유권해석을 받아보려고 한 것 아닐까. 그러나 주주들 이해관계가 상충할 텐데 지배구조 개편에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실제 조선일보는 TV조선 지분 22%를 보유한 대주주다. 지주회사 전환으로 조선일보가 물적 분할된다면 TV조선 대주주가 조선일보에서 지주회사로 변경될 수 있다. 방송법을 보면 방송사업자의 최대 주주 변경은 방통위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선일보가 지주회사 전환을 놓고 깊게 연구한 것으로 안다. 지주회사 전환이 현실성 있는지, 방송법에 저촉되진 않는지 등을 알아본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조선일보 민원에 가타부타 답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선일보가 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면 모를까, 유권해석 이후 뒤따를 책임과 후폭풍을 피하고 싶어 하는 행정기관 특성상 조선일보에 명쾌한 답변을 주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다. 조선일보 역시 비밀 유지가 쉽지 않은 민원에 그룹 미래의 밑그림을 구체적으로 채워 넣진 않았을 것이란 주장도 뒤따른다.

조선미디어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재편을 오래 고민해왔다. TV조선 출범 전부터 '방송사 적자가 몇 년 동안 예상되는 만큼 신문을 포함한 나머지 사업 부문이 방송 적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독립 경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선일보가 내세우는 지주회사 전환의 명분은 신문과 독립하여 급성장한 TV조선의 미래 비전과 종합미디어그룹으로서의 위상 제고로 풀이된다.

예년과 달리 지주회사 전환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경영권 승계와도 연관돼 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업계에서 신문·방송·인터넷을 삼각 편대로 종합미디어그룹을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지만 한국나이로 75세인 원로다. 고(故)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이 2003년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난 때가 76세였다는 점에 비춰봐도 방 사장의 일선 퇴진은 먼 미래 일이 아닐 수 있다.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연합뉴스

중앙·동아일보와 비교해봐도 방 사장은 장기 집권 중이다. 특히 중앙그룹이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에서 40대인 홍정도 중앙일보·JTBC 부회장(46)으로 3세대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것과 대조적이다. 동아미디어그룹도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겸 채널A 사장(59)이 4대에 걸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이슈에 그룹 안팎에선 방 사장의 장남 방준오 조선일보 부사장과 차남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를 둘러싼 후계 구도가 관심을 모은다. 조선미디어그룹의 한 인사는 “만약 지주회사가 설립된다면, 지주회사 대주주는 어쨌든 한 명 아니겠나. 그렇다면 결국 장자 승계라는 것 아닌가”라며 “외부 주주들도 적지 않은데 그들의 이해를 어떻게 조율할지도 숙제로 남는다”고 했다. 지배구조 재편과 승계에 있어 두 아들 및 그룹 관련 주주들의 갈등과 이해를 조정하는 게 관건이라는 주장이다.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재편이 곧장 승계와 연동되는 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조선일보 경영승계는 상속·증여세라는 난제와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이슈보다 더 신중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방 사장이 그룹 주요 이슈를 사내에 공개적으로 설명해왔고, 지배구조와 승계 이슈는 밀실에서 진행하거나 감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원들을 대상으로 사장 본인의 입장과 설명이 뒤따르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방 사장의 2023년 신년사가 여러모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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