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주문도 당일배송…롯데의 물류혁신
양산·이천에 통합자동화센터
고질적 영남권 물류 병목 뚫고
전국 어디서나 당일 배송 체제
AI 로봇이 화물 분류·분배
오배송 확률 0.2%까지 낮춰
롯데그룹 물류계열사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물류 인프라를 앞세워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상품 파손과 오배송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배송시간도 대폭 단축하는 등 성과가 잇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27일 물류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 초 충북 진천에 차세대 택배 터미널인 ‘진천 메가 허브 터미널’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5월 양산 통합 자동화 센터, 7월 이천 자동화 센터 등을 잇달아 개장했다.
진천 메가 허브 터미널은 충북 진천군 초평면에 위치한 물류센터다. 축구장 23개와 맞먹는 규모(약 5만 517평)의 3층 건물로, AI 기반의 자동화 설비로 업무 효율을 대폭 높였다. 국내 택배업계 최초로 도입한 ‘AI 3방향 분류기’가 대표적이다. 딥러닝 기반으로 반복학습한 AI가 크기와 형태에 따라 택배를 중대형, 소형, 이(異)형 세 가지로 분류하는데, 정확도가 99.8%에 달한다. AI는 이렇게 분류된 화물을 다시 목적지별로 사전 분류, 상차까지 가장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물량을 분배한다.
진천 터미널에서는 특정 크기 구간에 화물 물량이 집중될 경우 AI가 자동으로 분류 기준을 수정하는 ‘로드 밸런싱’ 기술로 컨베이어 벨트의 병목현상을 방지하는데, 이 역시 택배업계 최초로 적용됐다. 1만9000개의 센서가 구간별 택배 물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터미널 내 물류 체증을 최소화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진천 터미널이 하루 평균 처리하는 물량은 250만 박스 안팎이다. 이는 국내 택배 시장의 13% 가량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 물량을 허브 터미널에서 일괄 분류한 뒤 전국 각지로 내보내는 방법을 통해 배송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집하→광역권 거점 터미널→ 분류 터미널→지역 거점 터미널→택배 차량’ 순서의 기존 5단계 배송 구조를 ‘집하→메가 허브 터미널 → 택배 차량’ 3단계로 압축한 것. 배송 단계가 줄어들면서 화물 터미널에서 택배가 파손될 확률을 기존 대비 40% 가량 줄이는 데 성공했다.
진천 터미널은 물류 터미널 뿐만 아니라 물품 보관 창고 기능도 갖추고 있는데, 이것이 배송단계 간소화와 시너지를 내면서 새벽 3시 이전 주문 건에 대해서는 지방에서도 당일 배송이 가능해졌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진천 터미널은 롯데택배와 거래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판매하는 제품 중 수요가 많은 일부 제품을 보관하고 있다”며 “거래업체에 주문이 접수되면 곧바로 제품을 분류해 택배 차량에 실어 보낼 수 있어 일부 도서산간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 어디서나 당일 배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통합 자동화 센터 역할도 크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영남권 물류 수요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영남권 지역의 소규모 물류 센터를 양산 자동화 센터로 통합했다. 양산 자동화 센터는 진천 터미널과 마찬가지로 AI로봇 등 첨단 설비를 갖춘 거점 물류센터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부산·울산·경남 지역 물류 처리를 전담, 고질적인 영남권의 물류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7월 가동을 시작한 이천 자동화 센터는 3자 물류를 전담한다. 다른 업체의 물류수요를 대행해주는 사업이다. 팔레트 위 박스를 인식해 옮기는 로봇팔 ’디팔레타이저‘와 셔틀타입 자율주행 이송로봇 ’AMR‘, 화물 분류를 담당하는 ’로봇 소터‘ 등 물류 자동화 설비를 적용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산하 물류연구소를 통해 로봇 기반 창고 제어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박스 단위 분류 자동화 기술 등 3건에 대해 특허도 출원 중이다.
박희종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운영부문장은 “진천 메가 허브 터미널에 이은 자동화 센터들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자동화 물류 기술과 역량을 내재화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택배와 물류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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