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전 정부 탓’하는 윤 대통령 “2017년부터 드론 대응 훈련 전무”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관련해 27일 “2017년부터 UAV(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훈련,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은 아주 전무했다”면서 전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어제 북한의 군용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선의와 군사 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국민들께서 잘 보셨을 것”이라며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을 재차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맞선 드론부대 조기 창설 계획을 밝혔다. 그는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정찰할 드론부대 창설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어제 그 사건을 계기로 해서 드론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면서 “최첨단으로 드론을 스텔스화해서 감시 정찰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군용 무인기 도발에 대한 내년도 대응 전력 예산이 국회에서 50%나 삭감이 됐다”고 비판했다. 국회가 지난 24일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무인기 개발 예산 중 260억원을 삭감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전임 정부 비판에 반발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하늘을 유린당하게 만들어놓고도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 체 ‘문재인 탓’만 할 거라면 차라리 군통수권을 내려놓으시라”라며 “그게 아니라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앞에 허리 숙여 사과부터 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윤 대통령의 드론 예산 삭감 비판에 “국회 예산 삭감은 여야가 합의하고 윤 정부의 방위사업청도 동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사업 추진이 연기되면서 올해 예산이 내년으로 이월되었기에 자연스럽게 추진 과정상 내년도에 집행할 수 없는 예산을 감액한 것”이라며 “윤 정부의 방사청 역시 ‘미집행된 올해 예산이 내년으로 이월되어 집행될 예정이므로 사업 추진에 영향은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NSC 미개최 비판에 실질적인 ‘영공 침해’ 상황을 두고 더 엄정한 대응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NSC에서 ‘규탄’하는 게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비례성 원칙’에 따라 합참을 통해 실질적 대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수시로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드론 예산 외에 국회 예산안 처리 전반에 대한 불만을 거듭 드러냈다. 특히 법인세 인하와 반도체 산업 지원,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 등을 거론하며 “경제 성장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법안이 미진해서 대단히 아쉽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포인트 인하하려했지만, 국회 협의를 거쳐 1%포인트 인하로 마무리됐다.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려던 계획도 불발됐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산층과 국민 전체를 위한 제도들인데, 이런 것이 왜곡이 되고, 이렇게 예산이 너무 많이 축소가 돼서 참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보안책을 강구하고 분골쇄신해야 할 것”이라며 “각 부처는 예산을 내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해서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노조 때리기’는 이날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노조 부패를 막는 확실한 길은 회계 투명성 강화”라며 “소수의 귀족노조가 다수 조합원들과 노동 약자들을 착취하고 약탈하는 구조가 방치된다면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발목잡을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 구축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던 그는 이날 회의에서도 “노조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며 “기업 공시 제도와 같은 (노조 회계) 공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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