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웰메이드 '올빼미' 안태진 감독·이강진 프로듀서를 만나다

강경윤 2022. 12. 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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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ㅣ 강경윤 기자] 영화 '아바타' 등 대작들이 밀고오고, 카타르 월드컵의 기대를 뛰어넘는 흥행을 한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영화 '올빼미'는 "잘 만들었다"는 관객들의 입소문만으로 개봉 한달 만에 300만 돌파 소식을 알렸다.

주맹증이라는 다소 생경한 소재와 조선 궁궐이라는 한정된 배경에서도 '올빼미'는 올 하반기 가장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라는 영예를 얻었다. 영화는 최소한의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삼고, 그 밖은 상상력과 치밀한 연출로 꼼꼼히 채웠다.

2시간을 뒷심 좋게 끌고 가는 상상력과 연출력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올빼미'의 진짜 주인공이 궁금한 차에, 영화에 울고 웃는, 감독 안태진과 프로듀서 이강진을 직접 만났다.

흥행의 부담감과 압박에서는 이제는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는 시기, 영화의 만듦새를 조금은 쿨하게 되짚어볼 수 있는 개봉 한달 차에 '올빼미'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개봉 한달이 지났다. 개봉 이후에 '올빼미'를 몇번이나 봤나.

이강진 프로듀서 : 12번 정도 봤다. 11살 딸이랑도 봤는데 너무 좋아하더라. VIP 시사회 끝나고 감독님에게 '고맙다'고 했다.

안태진 감독 : 그정도로 많이는 안 봤다. 표 사서 들어갔을 땐 관객들만 본다. 놀라운 장면에서 놀라고, 웃기는 장면에서 웃기는지 보고 원하던 반응이 나오면 기분이 좋다. 관객들의 휴대폰이 언제 켜지는지도 확인한다. 블라인드 시사회 할 때 관객들이 휴대폰을 켜서 시계를 확인을 안하더라. '이건 됐다' 생각 했다.

Q. 영화 하나를 내놓는 게 자식 하나를 낳는 것만큼 힘들다는 말이 있다.

안태진 감독 : 선배님들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 영화 한편을 올리는 게 결혼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식을 올리고, 자주 못보던 사람들을 만나고, 축하도 받고 앞날도 걱정하면서. 그런 느낌이다.

이강진 프로듀서 : 보통일은 아니다. 희로애락이 다 들어있는 작업이다.

Q. 두 사람에겐 '올빼미'는 어떤 작품이었나.

이강진 프로듀서 :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개봉을 못하는 작품도 있는데 우리 영화(올빼미)는 순서대로 딱 온 것 같다. 후반기에 정상적으로 개봉했고, 개봉한 것 중에는 관객들의 평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상황적인 부분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400~500만까지 갈 수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안태진 감독 : 같은 마음이다. 개봉 초반에 SNS를 쭉 살펴보니 '오랜만에 극장에 갔다', '부모님 모시고 영화를 보러 갔다' 이런 글들이 있던데 반갑더라. 그런 걸 보면 기분이 좋다.(SNS 반응도 직접 확인하나.) 당연히 본다. 하하.

Q. 블라인드 시사부터 개봉 이후까지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이 많았다.

이강진 프로듀서 : 완성도에 대해서는 100% 만족한다. 영화는 취향이 갈리니까 차치하더라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올빼미'는 시나리오도 재밌었지만 촬영 진행, 배우들의 연기, 후반 작업까지 '이정도로 완벽할 수 있을까' 생각한 작품이다.

안태진 감독 : 내눈엔 '빵꾸'난 것만 보이나. '저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자꾸 생각난다. 예를 들면, 인조가 뺨을 때리면서 조용히 하라고 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이 많이 웃더라. '웃어도 좋겠다'고 하는 마음은 있었는데 막상 관객들이 웃는 걸 보니까 톤앤매너를 생각해서 '다른 테이크를 썼었야 했나'란 생각도 들더라. 영화는 선택과 고민의 연속인데,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보면 선택과 고민의 결과가 틀리지 않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Q. '올빼미' 시작에서 경수(류준열 분)가 어스름한 새벽, 숨을 헐떡이며 원손을 업고 뛰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인상적인 첫 장면이었다. 영화 내내 마치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처럼 빛은 물론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이강진 프로듀서 : 첫 장면은 감독님이 끝까지 지킨 부분이었다. 프롤로그를 그렇게 크게 다가가는 게 좋을지 계속해서 토론하고 고민했다. 사극 영화라 사실 좋은 뷰가 그렇게 많진 않았다. 감독님이 토론에서 승리하신 거다.

안태진 감독 : 내가 승리했다기 보단 다수결이었다.(웃음)

주맹증을 가진 주인공의 시선을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따르게 해야하니까 빛과 어둠을 잘 보여줘야 했다. 빛이 없을 때 앞이 보이는 설정이라도 아주 컴컴하면 안 된다. 달빛 정도의 빛을 보여줘야 했다. 그게 가장 어려운 촬영이라 할 수 있다.

Q. 영화는 크게 소현세자의 죽음 전후로 나뉘는 것 같다. 뒷부분이 훨씬 더 강렬해서 그런지 더 짧게 느껴진다.

안태진 감독 : 세자가 죽는 모습을 경수가 목격하는 장면이 50분쯤 되는데, 그 전후를 기점으로 영화의 톤과 템포가 달라진다. 경수의 인생도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그 전엔 자신의 안위와 가족만 생각해서 살고자 했다면, 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곤 삶의 다른 선택의 순간들이 주어질 수밖에 없었다. 세자 죽음 장면을 조금 더 앞당기고 싶었지만, 좀 필요한 정보들이 있어서 그렇게 배치했다.

이강진 프로듀서 : 5분 정도 앞부분을 줄이려고 했는데, 그랬을 때 경수의 감정에 좀 아쉬운 게 있어서 다시 늘렸다.

Q. 영화에서 세자가 등장하는 부분이 짧은데도 여운이 남는다. 그래서 '세자 비중이 적다'는 반응도 있는데.

이강진 프로듀서 : 나 역시 최고로 좋아하는 장면이 소현세자(김성철 분)와 경수가 교감을 나누는 부분이다. 볼 때마다 뭉클하고, 둘의 연기 합이 잘 맞았다고 평가한다.

안태진 감독 : 그런 반응을 보면 뿌듯하다. 관객들이 소현 세자의 비중을 조금 아쉬워하길 노린 부분도 있다. '세자 살려내' 이런 반응이 나오길 의도했다.(웃음)

Q. 소현세자 역의 김성철이란 배우의 발견이 즐거웠다.

안태진 감독 : 당연히 잘 할 줄 알았으니까 뽑았다. 그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웃음) 세자의 분량이 짧지 않나. 임팩트를 가져야 하는 인물이었는데, 세자의 품성 같은 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순간들이 참 좋았다.

이강진 프로듀서 : 리스트업을 한 몇몇 배우들이 있었는데, 김성철 배우가 사극을 안해봤다는 점에서 조금 두렵기도, 또 신선하기도 했다. 만나봤는데 좋은 느낌을 받았다. 평상시 만나면 장난도 잘치고 춤도 잘추고, 정보도 빠르고 그냥 딱 요즘 세대 MZ 같은 느낌이다. 첫 테이크를 할 때 목소리와 모니터에서 보이는 모습에 소름이 돋더라. '제2의 이병헌이다'하는 느낌이 들었다.

Q. 각자 영화에서 가장 좋은 장면을 꼽아본다면.

이강진 프로듀서 : 유해진 선배가 전형적인 왕의 모습을 탈피한 부분들이 다 좋았다. 유해진 선배는 의상을 피팅할 때부터 아이디어를 정말 많이 냈다. 인조는 성격상 우리가 상상하는 왕들과는 달리, 쉬운 표현으로 좀 꼬질꼬질 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감독님이 한참을 고민했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고 판단을 하셨다. 첫 등장 장면부터 버선도 좀 지저분하고 옷 도 좀 풀어해치고 앉은 모습도 풀어진 자세였다. 4년 후 완전히 흐트러진 인조의 모습을 상상해내는 해진 선배를 보면서 '저 자리에 올라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구나', '주연은 다르구나' 감탄했다.

안태진 감독 : 경수의 마지막 장면이 좋았다. 경수가 복도를 걸어서 나올 때 장면을 어떻게 할지, 좀 더 표정이 잘 보이도록 클로즈업을 할까 했다. 많은 표정이 담겨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고 별 다른 요구사항을 말하지 않았다. 그 테이크를 바스트로 찍고 나니까 굳이 가깝게 직을 필요가 없겠더라. 경수 그 자체였다. 경수의 표정을 보고, 딱 너무 좋아서 박수를 쳤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Q. 이번 영화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화두가 인조 역의 유해진에 대한 캐스팅이었을 것 같다. 반전의 묘가 있었다.

안태진 감독 : 선입견인 것 같다. 만나뵀을 때 선입견은 싹 사라졌다. 이미 인조에 완전히 '빙의'해 계셨다. 일반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 눈빛 안에 불안과 의심이 가득했다. 당연히 잘하겠구나 믿어 의심치 않았다.

Q. '올빼미'가 가진 의미는 어떤 것이었다고 생각하나.

안태진 감독 : 역사극을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다. 그런 역사가 반복되면 안된다는 마음. 그런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강진 프로듀서 :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어떤 진실이든 눈 감지 않고 얘기할 수 있는 현실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영화를 보는 누군가도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상황,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던 것 같다.

Q. 조금 개인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 두 사람 모두 영화의 꿈은 언제부터 가졌나.

이강진 프로듀서 :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넘어갈 때. '트루먼쇼'라는 영화를 보고 꿈을 가졌다. 한번쯤 상상해봤던 이야기였는데 실제로 영화로 보니까 '아,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구나'를 처음 느꼈다. 그래서 설립한 회사 이름도 '트루먼 스튜디오'다.

안태진 감독 : 1987년 7월 17일 오후 3시였다.대한극장 앞에서 영화 '빽투더퓨처'를 보고 나와서 너무 큰 감동을 받았다. 그 세계가 좋았다. 가상의 이야기가 좋았다.

영화를 좋아했으면 그냥 즐기면 될걸, 왜 만들겠다고 해서는(웃음).

Q.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는 어떤 게 있나.

이강진 프로듀서 : 착한 영화다. 밝고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지금 가족이 생겨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칼로 찌르고 피나 오고 이런 영화보다는 다 같이 두루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좋다.

안태진 감독 : 재밌는 영화다. '지루한 영화는 안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소재가 됐든, 분위기가 됐든, 캐릭터의 매력이 됐든 뭔가 하나는 나를 데려갈 수 있는 영화가 좋다. 심심한 영화는 싫어한다.

Q. 영화인으로서 버킷 리스트가 있다면.

안태진 감독 : 버킷 리스트는 없다. 최대한 가늘고 길게. 데뷔가 늦었기 때문에 최대한 가늘고 길게 가야 한다.

이강진 프로듀서 : 나 역시 오래 영화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고, 좋은 영화를 만들어서 돈을 좀 더 벌면, 어려운 영화인들에게 전세 대출 같은 걸 해줄 수 있는 금융사업도 해보고 싶다.

안태진 감독 : 오 대단한데.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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