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지 않는 SPC’…계열사 86% 안전보건조치 등 미흡 ‘산안법 위반’

유선희 기자 2022. 12. 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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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안전조치 미흡 다수…26개소 대표 수사 진행
SPC 계열사 사업장서 12억원 넘는 체불임금도 적발
식품제조업 등 점검사업장 절반 ‘안전관련법 위반’
노동부, 법 위반 제조업 163개소 대표도 입건 수사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0월31일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열린 산재사망 해결 촉구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SPC 그룹 계열사 10곳 중 8곳(86.5%)이 안전보건조치 미흡 등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혼합기 등 위험 기계·기구를 취급하는 사업장 절반에서도 안전관련법 위반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25일까지 SPC그룹 18개 계열사의 58개 사업장을 기획 감독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기획 감독은 지난 10월15일 경기 평택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숨지고, 같은 달 23일에는 경기 성남 SPC 계열 샤니 제빵 공장에서 40대 노동자가 다치면서 이뤄졌다.

SPC그룹 계열사에 대한 기획 감독은 산업안전, 근로기준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12개 계열사 52개 사업장 중 86.5%(45개)에서 277건의 법 위반을 확인했다. 15개 계열사 33개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근로기준 감독에선 12억여원의 체불임금을 적발했다.

산업안전 분야 277건의 법 위반사항 중 기계·기구 위험예방 미조치는 36건(13%)이었다. 노동부는 “식품혼합기, 컨베이어 등 위험기계·기구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덮개 등 방호장치 미설치’와 ‘정비 등 작업 시 운전정지 미조치’ 등 기본 안전조치 미흡사항이 다수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안전보건교육 미실시도 37건(13.4%)으로 많았고, 안전보건관리체제 및 안전보건관리규정 부적정 27건(9.7%), 출입구·비상구 등 작업장 환경 미흡 21건(7.6%) 등이었다.

노동부는 6억여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식품혼합기 40대, 컨베이어 1대 등 총 44대를 사용 중지 조치했다. 26개 사업장 대표에 대해서는 사법 조치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대표는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공장장 등을 뜻한다. 대표이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PC 그룹 계열사가 연장근로한도를 위반하고 휴일과 연차 휴가수당 지급을 위반한 사실도 이번 기획감독에서 드러났다. 감독대상 15개 계열사에서 총 116건이 적발됐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체불금액만 12억8400여만원이었다. 체불금액에 대해 SPC 측은 “올해부터 기존에 의무 대체 휴무 대상이 아니던 개천절, 한글날 등이 대체 휴무일로 잡혔는데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착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SPC 계열사에서 모성보호와 근로시간 위반 등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101건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리고 5건 사법처리, 10건은 7260만원의 과태료를 처분했다.

식품가공기계(혼합기) 덮개 미설치. 고용노동부 제공

노동부는 이날 전국 식품 혼합기 등 위험기계 집중단속 결과도 발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2017~2021년) 식품혼합기와 컨베이어 등 회전체에 끼어 사망한 노동자는 86명이다. 노동부는 식품 혼합기 등 위험기계를 사용하는 식품제조업, 기계·금속 제조업 14만여개소 중 4903개소에 대해 지난 10월24일부터 12월2일까지 계도와 불시감독으로 나눠 집중단속을 벌였다.

점검사업장의 절반이 넘는 2644개소(54%)에서 5183건의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미인증 기계·기구나 안전인증·검사 기준에 부적합한 기계·기구를 사용하고, 방호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57.3%) 사업장이 50인 미만(51.6%)보다 법 위반율이 더 높았다.

노동부는 “계도기간 중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자율점검과 개선조치를 하지 않아 불시감독 기간에 적발된 163개소에 대해서는 대표(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을 즉시 입건하고, 법 위반 경위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안전조치 미흡이 확인된 74대에 대해선 사용중지 명령도 내렸다.

류경희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금번 집중단속과 SPC 그룹 계열사 감독결과에 따른 위반사항에 대해 행·사법적 조치 등 후속조치를 추진하겠다”며 “사고가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대형혼합기와 파쇄·분쇄기를 정기안전검사 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선작업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SPC 관계자는 “지적된 내용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철저히 개선해 좋은 일터를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며 “SPC는 지난 11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해 ‘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회를 통해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 전사적인 안전경영 강화는 물론, 직원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근로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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