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9조 빚 뇌관 터지나...벼랑끝 내몰린 자영업자

류난영 기자 2022. 12. 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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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자영업자 폐업률 오히려 낮아져…폐업 비용때문
자영업자 대출 1014조…39조 부실위험 내몰려
금리 2.0%p 오르면 연체율 1.1%p 상승
지원조치 종료시 연체율 9.3%까지 늘어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코로나 19 거리두기 해제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은 매출이 오히려 작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68.6%는 올해 매출이 작년에 비해 감소했다고 답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임시휴업한 가게 출입문에 장사 준비를 하는 자영업자 모습이 비치고 있다. 2022.12.12.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대전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60대 김모씨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영업시간 제한 조치 등으로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던 경험을 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월 1000만원 가량이던 매출이 3~4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 데다, 부대비용 지출, 직원 월급, 대출 원리금 상환까지 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없었다.

9000만원 가량 있던 빚은 지난 2년 동안 1억7000까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빚이 늘어도 폐업할 때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소비 부진에 창업 자금을 회수하기 힘들어 지면서 폐업도 쉽지 않았다. 올해 초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매출은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불어난 대출 원금과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매달 갚아야 할 돈도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실제 김씨의 사례처럼 매달 수입이 거의 없어 폐업을 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자영업자들이 많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유행했던 2020년 자영업자 폐업률은 11.8%로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충격에도 불구하고 2019년(12.7%) 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대면 서비스업인 숙박·음식업의 경우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폐업이 낮아졌는데 상황이 좋았기 보다는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창업자금이 많이 들고 권리금 회수가 어려워 버티기에 들어간 자영업자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숙박·음식업의 평균 창업자금 규모는 7220만원으로 제조업(3460만원), 서비스업(4870만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높은 창업비용 탓에 수익이 줄어도 쉽게 폐업하지 못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의 빚 폭탄이 경제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영업자 연체율은 아직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대출금리 상승에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 상환유예 조치를 중단할 경우 현재 1000조원을 돌파한 자영업자 대출액 중 내년 말까지 40조가 부실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최대 3년간 연장하고 최대 1년간 상환유예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급증한 이자부담에 부실 폭탄이 터지는 것도 시간문제란 시각이 크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올해 3분기 말 현재 1014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분기만 해도 700조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0년 말 803조5000억원, 2021년 말 909조2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 1000조원을 돌파했다.

대출 증가율도 1년 전 대비 14.3% 늘면서 같은 기간 가계 대출 증가율(0.7%)보다 가파르게 치솟았다. 이 가운데 비은행 대출 증가율이 28.7%로 은행(6.5%) 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비은행 대출이 큰 폭 증가하면서 시장금리 상승으로 채무상환부담이 늘어날 경우 부실위험이 더 커질 수 있어 우려된다.

대출금리도 비은행이 최대 4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3분기 말 가계부체 DB를 토대로 대출 금리를 추산한 결과 은행 3.6%, 비은행금융기관 4.9%로 나타났다. 비은행 중에는 농·수협 4.5%, 새마을금고 4.0%, 저축은행 12.2%, 여신전문금융회사 8.8% 등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연체율은 올해 6월 말 0.6%로 정부의 금융조치 등으로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반등하고 있다.

한은은 금리가 2.0%포인트 상승할 경우 자영업자 연체율이 1.7%로 1.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금리 인하 등 지원조치가 없을 경우 연체율은 5.7%에서 9.3%로 3.6%포인트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이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매출 회복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금융지원정책 효과도 소멸될 경우를 가정해 추정해 본 결과 전체 자영업자 대출액 1014조2000억원 가운데 내년 말 부실위험 규모가 39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자영업자의 부실위험률도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더해 경기부진이 심화될 경우 부실위험률 상승폭은 더 확대될 수 있다. 금리와 성장률 충격 발생시 비취약차주 부실위험률은 1.9%까지, 취약차주 부실위험률은 16.8%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더해 정책효과가 소멸될 경우 취약차주의 부실위험률은 19.1%까지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 등을 토대로 자영업자 대출 중 변동금리대출 비중(3분기 72.7%)을 추정해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규모를 시산한 결과 대출금리가 1.0%포인트 오르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7조4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1인당 평균 이자부담 규모는 연간 238만원으로 분석됐다. 1인당 평균 이자부담 규모는 이자부담 증가 규모를 자영업자 차주 수(309만6000명)로 나눈 값이다.

힌은 관계자는 "내년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매출 회복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금융 지원정책 효과가 사라질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30조원 규모의 채무조정프로그램(새출발기금)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채무조정 신청액이 1조7000억원에 그치고 있어 신청요건을 완화하거나 신청시 불이익을 축소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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