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환율 뛰고 집값 빠졌다" 2022년 달군 10대 경제 뉴스
2022년 2월, 세계가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몸살을 앓던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이 타전됐다. 조만간 종전이 선언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뒤이어 필연적으로 경기 둔화가 찾아왔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속에서 잇달아 혹독한 경제지표를 받으며 고군분투했다.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을 선언한 내년 예산안, 세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은 어느 해보다 힘겹게 국회 문턱을 넘었다. 머니투데이가 다사다난했던 2022년을 '10대 경제 뉴스'로 돌아봤다.
1. 우크라이나 전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월 24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특수 군사작전을 선포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東進),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움직임으로 심화하던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세계적인 공급망 교란, 에너지 수급 위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야기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느라 돈을 풀어 놓은 상태에서 전쟁 발발로 국제 원자재 등의 가격이 치솟아 세계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미국·EU(유럽연합)·한국 등 주요국 통화당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렸고 이런 영향 등으로 세계가 경기 둔화를 겪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2%에 머물러 2013~2019년 연평균 증가율(3.4%)보다 크게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2. 윤석열 정부 경제팀 출범
3월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득표율 48.56%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5월 9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경제팀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중심으로 꾸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 추 부총리,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최상목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등 기재부 출신이 '경제 원팀'을 구성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새 정부는 6월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대대적인 규제 혁파와 감세를 예고했다. 이런 경제정책 기조는 '2022년 세제개편안'과 '2023년 예산안' 등을 통해 구체화 됐다. 아울러 정부는 시장·민간 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칠 계획을 밝히며 "과감한 경제 운용 기조 전환을 통해 당면한 위기 국면을 돌파하고 저성장 극복, 양극화 해소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3. 수출 2년 만에 감소...무역수지 9개월 연속 적자
올해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에 따른 수입 가격 상승과 수출 부진이 겹치면서 무역수지(통관 기준 수출액과 수입액 차이) 적자가 계속됐다. 우리나라의 월별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 12월 1~20일 무역수지도 64억27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9개월 연속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업황 악화 영향으로 우리나라 수출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0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5.7% 줄어 2년 만에 감소로 돌아섰고 11월에 감소폭이 14%로 더 커졌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수출과 수입이 각각 전년대비 6.6%, 19.2% 증가해 경상수지가 지난해(883억달러)의 4분의 1 수준인 220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내년에는 수출이 올해 대비 4.5% 줄어드는 등 '수출 내리막길'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4. 24년 만의 최고 물가 상승률
2022년은 '물가와의 전쟁'을 벌인 한해였다. 올해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3.6%, 2월 3.7%, 3월 4.1%, 4월 4.8%, 5월 5.4%, 6월 6.0%를 기록한데 이어 7월 6.3%로 정점을 기록하고 8월 5.7%, 9월 5.6%, 10월 5.7%, 11월 5.0%를 보였다. 7월 물가상승률은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한 것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었다.
정부는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5.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 2.0%와 비교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당분간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연간 물가 상승률은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5. 미국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은, 사상 첫 빅스텝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11월 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며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3.75~4%로 높아졌다. 2008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이후 미 연준은 12월 14일 기준금리를 4.25~4.50%로 인상했다.
한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하며 사상 첫 빅스텝을 밟았다. 한은의 빅스텝은 기준금리를 정책수단으로 도입한 2008년 3월 이후 처음이었다. 한은은 이후에도 기준금리를 8월 2.5%, 10월 3%, 11월 3.25%로 지속 인상했다.
6. 강달러 지속...원/달러 환율 13년 반 만에 1400원 돌파
원/달러 환율이 지난 9월22일 13년6개월 만에 1400원선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400원선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3월20일(종가 1412.5원) 이후 처음이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는 등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적) 입장을 밝히면서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9월22일부터 11월7일(종가 1401.2원)까지 약 한달반 동안 1400원대에 머물다 11월8일 1300원대 후반으로 내려왔다. 미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된 때문이다. 실제로 미 연준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며 4차례 연속 이어온 자이언트스텝을 종료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종가 1302.9원)까지 대체로 1300원대를 기록하다 지난 20일부터 1200원대 후반으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26일 전일대비 6원 내린 1274.8원에 장을 마감했다.
7. 소득세·법인세·종부세 감세...건전재정 기조 전환
내년부터 법인세율이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 낮아져 기업 세부담이 완화된다. 당초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 25%까지 올린 최고세율은 22%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여야 간 의견차가 커 '과표구간별 1%포인트 인하'를 골자로 하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종합부동산세도 다주택자는 합산 공시가격 9억원, 1주택자는 12억원을 각각 초과하지 않으면 부과되지 않는 방향으로 완화됐다. 다만 다주택자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중과 제도를 없애고 가액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려 했던 정부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정부는 서민·중산층 소득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소득세법상 하위 2개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 조정했다. 과표구간 조정으로 1인당 최대 54만원(연봉 7800만원 기준)의 소득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새 정부는 이와 동시에 건전재정으로의 기조전환을 명확히 했다. 정부는 지난 9월 관리재정수지를 -3% 한도로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재정준칙을 발표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정부 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사학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수치다. 또 정부는 내년 예산 규모를 올해 1·2차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전체 예산보다 6% 적은 639조원 규모로 편성하기도 했다. 실제 내년도 예산은 국회를 거쳐 정부안보다 3000억원 순감된 638조7000억원으로 확정됐다.
8. 전기요금 인상 및 원전 수출·생태계 부활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수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1kWh(킬로와트시)당 총 19.3원 인상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불어나는 누적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전이 올해 30조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에도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정상화방안에 따르면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내년도 전기요금 인상분은 1kWh당 51.6원으로 올해 인상분의 2.7배 수준이다. 정부는 한전의 누적 적자를 앞으로 4년간 해소할 계획이라고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혔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가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 뿐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새 정부는 원자력 발전 산업 부활을 위한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원자로 관련 핵심기자재를 국산화한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신한울 1호기가 본격 가동된 가운데 정부는 이를 계기로 원전 생태계 복원과 원전 수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23조원 규모의 원전 일감을 공급하고, 신한울 3·4호기의 착공을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9. 부동산 가격 급락 및 규제 완화
한국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한국 부동산 가격도 크게 하락했다. KB부동산이 지난 25일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아파트 매매 가격은 올 한해 3.01% 하락했다. 강남 주요 대단지 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은 이보다 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 매매가격은 올 1월에 비해 6억원 이상 하락했다.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 매매가격은 지난 6월대비 8억원 넘게 내렸다. 일명 '엘리트'로 불리는 송파구 잠실엘스, 리센츠, 트리지움도 1년새 매매가가 수억원씩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문재인정부 시절 강화됐던 부동산 관련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 우선 부동산 관련 세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시한을 2024년 5월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도 완화를 추진한다. 종부세, 양도세, 취득세 등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제가 모두 해제된 것이다. 정부는 이와 더불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를 해제하고 LTV(담보대출비율) 상한을 30%로 적용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내년 1월 부동산 규제지역을 추가로 해제할 계획이다. 현재 규제지역은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등 경기 지역 4곳이다.
10. 중대재해법 시행 및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수립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지난 1월27일 전면 시행됐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의 사망 등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중대재해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이 어렵다는 공감대를 토대로 제정됐다.
그러나 정부가 처벌을 강화했음에도 산재 사망자수가 실제로 줄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510명의 근로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망자 수는 오히려 8명 늘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30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6년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으로 사고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고사망률)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위험성평가를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의무화하고, 이를 충실히 수행하면 중대재해 관련 처벌시 선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내년 중대재해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한국비교노동법학회는 앞서 기획재정부가 발주한 외부 연구용역으로 작성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노동법제 체계와 그 실효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 중대재해법을 '처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주목받았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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