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절벽에 누더기 K칩스법까지… 韓 반도체 살릴 길이 없다

최지희 기자 2022. 12. 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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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주력 서버용 D램 시장 규모 급감
삼성·SK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전망치 줄하락
“SK하이닉스 적자 추세 내년 하반기에 반전 예상”
“삼성, 4분기 낸드 적자 시작…내년 DS 부문 적자”
삼성전자 직원이 시스템LSI 반도체 생산라인서 제품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세밑 국내 반도체 업계는 올해 4분기 어닝쇼크(실적악화)와 적자 전환 전망으로 침울한 분위기에 빠져있다. 문제는 내년 하반기 전까지 역성장세를 반전시킬 만한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주력으로 내세우던 서버용 D램 수요가 하반기 들어 급감하고, 설상가상으로 세계 주요 국가 간 반도체 패권 경쟁까지 심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법인 ‘K칩스법’ 중 기업의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은 4개월 만에 간신히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기존 안보다 지원책이 미미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삼성 반도체도 적자 도미노” 전망

2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그나마 믿는 구석이었던 서버용 D램 시장 규모도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버용 D램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24.6% 감소한 60억4000만달러로, 지난 2분기(84억6300만달러)와 비교해도 28.6%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원격근무에 돌입한 기업이 너도나도 클라우드용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면서 서버용 D램도 날개 돋친 듯 팔렸으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 투자가 확 줄면서 올해 하반기 들어 서버용 D램 재고는 천정부지로 늘고 있고 계약가격도 4분기 들어 전분기보다 최대 28% 하락할 전망이다. 업계는 시장 내림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암울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내년 상반기 실적 전망도 악화하고 있다. 지난 2분기까지만 해도 소비자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서버용 메모리를 앞세워 실적을 만회해왔으나, 하반기 들어서는 최후의 보루마저 잃게 된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7조39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7% 급감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 4분기 전망치(11조4062억원)에 비해 35% 이상 낮아진 것이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내년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 낸드 적자를 시작으로 내년 1분기는 DS(반도체)부문 적자, 내년 2분기엔 D램까지도 영업 적자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전체 매출에서 메모리 비중이 90% 이상인 SK하이닉스 상황은 더 암울하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는 64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됐다. 3개월 전 영업이익 전망치(1조7413억원)에서 마이너스(-)로 급감한 것이다. 적자 성적표는 내년 하반기가 돼서야 반전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항 용당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12월 1~20일 수출은 336억 달러, 수입 401억 달러로 무역수지 64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8.8% 감소하고, 수입은 1.9% 늘었다. 수출 감소세가 12월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8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뉴스1

◇ 내년 수출도 먹구름인데 반도체 지원법은 후퇴

내년 반도체 수출 여건도 악화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에 따르면 반도체 EBSI는 73.5로 제조원가가 급등하고 국제 수급이 악화해 수요 부진이 심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EBSI가 100을 밑돌면 수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 기업보다 부정적으로 예상한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여기에 미·중 분쟁이 지속돼 수입 규제 관련 통상 마찰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꽃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세계 각국이 고강도 긴축에 나서면서 수출 기업은 수요 부진과 제조원가 상승, 자금난 심화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이를 고려해 (정부는) 수출 금융 지원과 환율 변동 방어 등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산업계도 이런 때일수록 경쟁국과의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부의 산업 육성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업계에서 가장 시급하다고 본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조특법)는 세수 감소를 우려한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대기업에 대해서만 공제율을 기존 6%에서 8%로 늘려주는 데 그쳤다. 이는 여당 안인 대기업 6→20%, 중견기업 8→25%, 중소기업 16→30%와 야당 안인 대기업 10%,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3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소부장 생태계는 경쟁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있는데 투자까지 활성화가 안 되면 경쟁력은 더 낮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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