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지우기···LG 지명타자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

안승호 기자 2022. 12. 2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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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 로테이션’ 속에 새 시즌을 맞을 문성주. 문성주는 올해 LG 타자 중 김현수 다음으로 지명타자 타석이 많았다. 정지윤 선임기자



프로야구 LG의 2023시즌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경기별 ‘야수진의 안배’에 있다. 김현수와 박해민, 홍창기, 문성주와 새 외국인타자 오스틴 딘까지 주전 또는 주전급 외야수가 이미 5명에 이른다. 외야수 5명의 기량을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한 벤치의 활용법이 필요한 가운데 1루수로 새 시즌을 준비하는 이재원이 이들과 함께 연동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향후 스프링캠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들 6명 중 5명은 선발 라인업에서 뛰게 된다. 3명이 외야 한 자리씩을 맡아 출전하며 1명은 지명타자로 빠진다. 또 한명은 대타로 대기한다. 1루수로는 이재원의 출전 횟수가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수비에서의 안정감이 변수로 남아있다. 이재원의 경기력에 따라 미국 무대에서 1루수 경험이 있는 딘이 대체하는 횟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

매경기 염경엽 LG 감독의 고민 중 하나는, 이들 중 지명타자로 기용할 선수를 골라내는 것일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수비 이닝이 긴 야수가 지명타자로 기용되는 것은, 벤치 입장에서는 일종의 배려일 수 있다. 체력 안배를 하면서 타격에 조금 더 집중해달라는 메시지일 수 있다.

그런데 올해 LG의 지명타자 자리는, 이론상의 ‘해피존’과는 거리가 멀었다. 타격 성적이 쭉쭉 빠지는 ‘블랙홀’과도 같았다.

LG는 팀타율 3위(0.269), 팀 OPS 2위(0.742)로 2023시즌을 마감했다. 그런데 지명타자 자리에서는 시즌 타율이 0.248(6위)로 처진 가운데 OPS도 0.705(7위)로 좋지 않았다. 팀타율(0.245)과 팀OPS(0.671) 모두 최하위인 한화가 지명타자 자리에선 타율 0.274(3위), 팀 OPS 6위(0.730)에서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내는 등 여러 구단이 지명타자 자리에서 팀 전체 공격력에 플러스 효과를 낸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올해 LG에서 지명타자로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한 선수는 김현수(194타석)로 문성주(143타석), 이재원(102타석), 홍창기(48타석), 이형종(37타석)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 2022시즌 타율 0.286의 김현수가 지명타자로는 타율 0.257에 그치고, 시즌 타율 0.303의 문성주가 지명타자로는 타율 0.290으로 살짝 처지는 등 이들 대부분이 글러브를 끼고 수비를 겸했을 때보다 지명타자로 뛰었을 때 타격 지표가 떨어졌다.

야구는 굉장히 수학적인 스포츠지만, 수학적 시각으로만 모든 것을 해석하기는 어렵다. LG의 지명타자 기용법 또한 수의 ‘안배’ 차원보다는 접근이 복잡할 수 있다. 일례로 김현수는 지명타자로 뛸 때보다 외야수로 뛸 때 경기력이 올라가는 스타일이다.

LG는 2010년에도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이택근, 이대형 등으로 구성됐던 LG의 ‘외야 빅5’를 통해 외야진 로테이션을 했다. 그해 LG의 지명타자 타율은 0.274로 전체 4위였지만, 지명타자로 337타석이나 나오며 타율 0.315를 기록한 박용택의 지분이 컸다. 이택근은 지명타자로 119타석에 나오며 타율 0.208에 그치는 등 고전하기도 했다.

LG는 또 한번 ‘야수 로테이션’이 화두가 되는 시즌을 앞두고 있다. 야수 로테이션은 지명타자가 지명타자다운 성적을 낼 때 힘이 붙을 수 있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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