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스쿨존 사망 사고' 운수회사 대표, 결국 뺑소니로 재판행

지난 5일 오전 11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후문 인근에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B군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포스트잇이 붙은 종이가 놓여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만취 운전을 하다가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남성이 구속 기소됐다. 이 남성에게는 뺑소니, 즉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사고 직후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우영)는 2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를 받는 A씨(39)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사고 지역에서 다년간 거주한 운수회사 대표다.

A씨는 지난 2일 오후 4시57분쯤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후문 앞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B군(9)을 차량으로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을 크게 웃도는 0.128%였다.

당시 A씨는 사고 장소에서 자신의 집이 있는 골목으로 좌회전하면서 B군을 들이받고 좌측 앞 뒷바퀴로 역과했지만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B군은 목격자의 119 신고로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고 당일 오후 6시14분쯤 사망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사고 직후 21m가량 운전해 자택 주차장에 주차하고 집 주변이 소란스러워 5분 뒤에 사고 현장에 갔다는 진술이었다. 다시 사고 현장에 나간 A씨는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지난 5일 오전 11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B군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당초 경찰은 현장에서 체포된 점 등을 이유로 A씨에게 뺑소니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분석, 피의자와 목격자 진술 청취, 내외부 법률검토를 거쳐 뺑소니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법률 검토 과정에서 도로교통법 제54조에 따라 사고 발생 시 조치는 현장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법 조항에서 조치의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춰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는 부분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또 변호인단 회의 결과 해당 사건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난 사건인 점,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즉시 정차 후 내려서 구호 조치를 해야 하는 점, 사고 발생 후에 자동차 바퀴가 한 바퀴라도 굴러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 등에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검찰도 지난 9일 A씨를 구속 송치받은 뒤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사고장소가 평소 어린이 통행이 빈번한 곳으로 사고 위험 지역인 점 △A씨가 이를 알면서도 만취 운전한 점 △A씨 운전 위치에서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었던 점 △사고 직후 피해자가 도로에 방치된 점 등을 규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A씨 죄에 상응하는 중형 선고를 위해 철저한 공소 유지를 하며 피해자 지원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며 "검찰은 '도로 위 살인'인 음주운전을 근절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향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음주운전 사망사고 및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에 대한 양형기준 상향 의견을 적극 개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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