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옷장 속 시신’ 살해범 미스터리…50대女 집주인도 사라졌다

경찰, 시신 발견된 아파트 소유주 50대 여성 생활반응 추적
피해자 신용카드로 거액 사용한 정황도…명품가방 등 구입에 쓴 듯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경찰 ⓒ연합뉴스

경기 파주시에서 벌어진 일명 '옷장 속 택시기사 시신' 사건의 용의자를 둘러싼 의문점이 커지고 있다. 살해된 피해자 명의 신용카드로 여자친구 선물을 사거나 대출을 받는 등 거액을 무단 사용한 정황이 더해져서다. 범행 장소인 아파트 소유자이자 용의자 전 연인인 50대 여성의 행방도 묘연해 경찰이 추적 중이다.

27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음주운전 접촉사고를 낸 후 '합의금을 주겠다'며 택시기사 B(60)씨를 집으로 유인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남성 A(32)씨가 범행 후 B씨 명의 신용카드로 약 5000만원을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현 연인에게 선물한 명품 가방을 사거나 신용카드로 대출받았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돈을 노린 계획적 범행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가장 큰 미스터리는 범행 현장인 아파트를 소유한 50대 여성 C씨의 행방이다. A씨의 전 연인으로서 동거했던 C씨는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A씨는 C씨가 지난 여름쯤 가출해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추가범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C씨 통신·계좌에 대한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생활반응 여부를 살피고 있다.

한편 A씨는 지난 20일 오후 11시쯤 음주운전 중 택시기사 B씨가 몰던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합의금을 주겠다'면서 B씨를 경기 파주시의 한 아파트로 유인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와 대화 도중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주장을 편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 B씨의 시신을 옷장에 넣어 둔 후 그의 택시를 약 1km 밖의 공터에 유기하고 블랙박스까지 삭제했다. 피해자의 미귀가를 염려하는 가족들에겐 문자 메시지로 '바빠', '밧데리(배터리) 없어' 등 B씨 행세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범행을 고발한 건 뜻밖의 인물이었다. A씨의 현 여자친구인 D씨가 지난 25일 오전 11시20분쯤 "남자친구 집 옷장안에 시신이 있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B씨 가족들은 이보다 8시간쯤 앞선 같은 날 오전 3시30분쯤 경찰에 "아버지가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30분 전에 메시지로 연락을 했는데 통화는 거부하는 등 다른 사람인 것 같다"고 신고한 상태였다. D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B씨의 시신을 확인하면서 사건도 수면위로 올라왔다. A씨는 같은 날 한 병원에서 손 부상 치료를 받던 중 체포됐다. 

한편 경찰이 전날 신청한 A씨 구속영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8일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