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까지 탕감' MB vs '복권 무산' 김경수…엇갈린 특사, 왜?
金 복권없이 형기만 감면에 野 '부글'…국정농단 연루자 줄사면 파격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여야 정치인들을 대거 포함하는 신년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8·15 광복절 특사가 서민·경제인 중심 사면이었던 반면 이번 특사는 정치인·공직자·선거사범 위주로 '사회통합'에 방점을 찍었다는 설명이다.
정부·여당이 사면 배경으로 통합을 내세웠지만 여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인 사면에 대한 국민들의 비토 여론이 많고, 김 전 지사의 복권 없는 사면에 '들러리'라는 야권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연루자들이 대거 사면된 점도 논란이 예상된다.
◇잔여형기 14년·벌금 82억원 탕감받은 MB…"고령·건강악화·국민통합 고려"
법무부는 윤 대통령이 28일 0시자로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1373명을 대상으로 신년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27일 밝혔다.
꾸준히 특사 대상으로 거론되던 이 전 대통령은 예상대로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자동차부품업체(DAS)의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문재인정부 마지막 특사 대상자로도 거론됐지만 무산된 데 이어, 정권교체 후 첫 8·15 특사에서도 연거푸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신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14년여의 잔여 형기와 벌금 82억원도 면제된다.
이 전 대통령이 특사 대상자로 선정된 데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상징성과 함께 고령의 건강상태 등이 두루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윤석열정부 들어 약진한 구 친이(친이명박)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941년생으로 81세로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이 전 대통령은 지난 6월28일 건강상 이유로 3개월 형집행정지가 받아들여졌다. 9월말 형집행정지 3개월 연장 신청도 수용돼 현재 논현동 자택에 머물며 통원치료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수감생활 중 건강이 악화된 데다 80세가 넘은 고령이라는 점에서 사면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왔다.
다만 유죄 판결 이후에도 대국민사과 등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정치보복을 주장해온 이 전 대통령 사면을 둘러싼 지지 여론은 낮은 상황이다. 야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한 비판과 더불어 벌금 면제 혜택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폭넓은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고령 및 수형생활로 건강이 악화돼 형집행정지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 및 복권했다"고 밝혔다.
◇"金, 여론조작 죄질·형평성 고려"…국정농단 핵심인사 줄사면 '파격'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연말 특사 유력 대상으로 꼽힌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복권 없는 사면이 결정됐다. 사회통합을 내세운 이번 사면에서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의 복권 무산으로 당장 야권에서는 '구색맞추기', '들러리'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여권에서는 대선 국면에서 여론조작 유죄가 확정된 김 전 지사의 죄질이 나쁜 데다, 피선거권 박탈에 따른 불이익을 한 차례도 받지 않는 복권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김 전 지사가 가석방 불원서를 제출한 데 대해서도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으로 일축했다.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은 "대선 과정에서 규모가 큰 여론조작 사건이었고 사건에 있어서 대상자의 비리와 역할, 해당 사건 발생시점 등을 유사한 사건에 대한 (역대)사면 조치 부분들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에는 잔형 집행 면제만 실시한 것"이라며 "사면의 성격상 대상자의 의사에 전적으로 좌우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밖에 박근혜정부 시절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핵심 인사들이 대거 사면 혜택을 받은 점도 눈길을 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검사 시절 수사해 재판에 넘긴 핵심 피의자 대부분을 사면한 데 대해 '통큰 통합' 결단이라는 시각과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공직자 사면 대상자 66명에는 '친박 핵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윤선·박준우 전 정무수석 △조원동 전 경제수석 등 박근혜정부 요직에 있던 이들이 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여론조작 등 혐의 유죄를 선고받은 이병호·남재준·이병기 등 전직 국정원장들과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 등도 복권 조치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잔형 감형 혜택을 받는다.
신자용 검찰국장은 "국정농단의 가장 큰 책임이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된 부분이 가장 크게 고려됐다"며 "사면권자인 현직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사건 수사를 담당했다고 특별히 사면에 포함되거나 그러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국정수행 과정에서 당시 직책·직무와 관련해 잘못된 관행에 따라 불법행위를 저질러 법의 심판을 받은 주요 공직자를 특별사면해 다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고 덧붙였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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