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보다 기대되는 새해"…다사다난했던 유업계

김동현 기자 2022. 12. 2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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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내년 1월1일 용도별 가격차등제 시행에 "늦었지만 다행"
푸르밀 사업 종료 선언 이후 유업계 안팎 위기감 증폭돼
사업 다각화 목소리↑…내년 실적 판가 인상 기대감 높아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우유 원유 값 인상 여파로 흰 우유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1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2022.11.17.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올해 유(乳)업계가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원유를 용도별로 가격을 나누는 차등 가격제 도입과 관련해 정부와 낙농가의 입장 차이로 원유 가격 인상 협상이 늦어졌고, 이에 따른 유업계의 직간접적인 피해도 많았다.

정부와 낙농가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차등 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내산 원유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에서다.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아직 남아있는 과제들이 많지만 일부에선 스타트를 끊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45년간 유가공 사업을 이어오던 푸르밀이 전격 사업 종료를 결정하기도 했다. 푸르밀 노사는 직원을 30% 줄이는 대신 사업 종료를 철회하기로 합의했지만 유업계 내부에서는 푸르밀로 인한 사업 위기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기도 했다.

유업계 내부에서는 우유 제품만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기 힘들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많이 나왔다. 단백질을 비롯해 다양한 유제품을 활용한 가공품 출시 등 사업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한국낙농우육협회 서울우유연합지회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우유 본사 앞에서 열린 낙농기반 사수 결의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2.08.11. jhope@newsis.com

내년 1월1일 용도별 가격차등제 시행에 "늦었지만 다행"

내년 1월1일부터는 우유 및 유제품의 주 원료인 원유를 용도별로 가격을 나누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시행된다. 정부는 오는 2026년 유제품 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우유 및 유제품 가격 경쟁력 상승을 위해 차등가격제 도입을 결정했다.

낙농가는 올 초부터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을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동일한 방식으로 생산한 원유를 사용 용도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정한다면 농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양측은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올해 원유 가격 협상은 차일피일 미뤄질 수 밖에 없었다. 한때 일부 낙농가를 중심으로 납유 거부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우유 제품을 제때 구입하지 못하는 우유대란 발생 우려도 나오기도 했다.

낙농가와 정부가 올해 원유 가격 인상을 합의한 것은 11월초. 양측은 원유가격을 1ℓ당 947원에서 999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향후 2년간 낙농가 보유 쿼터의 88.6%까지 음용유 가격을 적용하고 88.6%~93.1%까지 가공유 구간으로 설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되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1ℓ 리터당 100원에 유업체가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유업계 안팎에서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가 시행된 것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목소리를 낸다. 음용유와 가공유를 동일한 가격에 구매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입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낙농가와 유업체가 윈윈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용도별 차등 가격제 도입은 필수 불가결한 선택일 수 밖에 없다"며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앞에서 열린 푸르밀 사업종료 규탄 전국 대리점주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2.11.09. jhope@newsis.com

푸르밀 사업 종료 선언으로 낙농·유업체 시끌시끌

45년간 우유 사업을 전개해왔던 푸르밀은 올해 돌연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푸르밀의 사업 종료 이유는 적자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푸르밀은 2018년도부터 시작된 적자 행진에 매각을 시도했지만 매각이 진행되지 않자 폐업 카드를 꺼냈다.

푸르밀은 1978년 4월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하는 기업이다.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사하며 푸르밀로 사명을 바꿨다. 대표 제품으로는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가나초코 우유' 등이 있다.

이후 신 회장 둘째아들인 신동환씨가 2018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푸르밀은 적자를 기록했다. 취임 첫 해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 등 적자폭이 커졌다.

푸르밀의 사업 종료 선언에 대한 파장은 적지 않았다. 하루 아침에 퇴직 통보를 받은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고 이 회사에 원유를 독점 공급해 온 낙농가, 푸르밀 대리점들은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오너 일가를 규탄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신동환 대표는 노조와의 대화를 진행했고 양측은 직원 30% 감원에 합의하고 사업을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사업 종료와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공식화한 지 24일 만이다.

우유 산업 전망성 낮아 사업 다각화 목소리↑…내년 실적은 기대감

푸르밀 사태는 유업계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푸르밀이 사업 종료를 선언한 것은 현재의 어려움이 아니라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로 향후 우유 산업 전망성이 낮다는 것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특히 2026년부터 미국과 유럽산 우유가 무관세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국산 우유의 설 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업계 내부에선 케어푸드, 단백질 음료 시장 진출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추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사업 활로를 모색하고 중장기적으로 실적 개선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매일유업이 2018년 성인영양식 셀렉스를 출시하며 성인영양식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남양유업과 서울우유협동조합도 단백질 강화 제품, 케어푸드, 원유를 활용한 가정간편식과 디저트 등 다양한 제품군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서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 등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외 변수가 개선됐고 11월 중순 기준으로 주요 제품 판매 가격을 올린 만큼 새해 초부터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낙농가 중 절반 정도만 용도별 차등 가격제에 참여하는 상태이지만, 일단 제도가 시행됐다는 점에서 국내 유업계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주요 제품 판매 가격을 11월 중순에 인상했고 이에 따른 효과는 내년 상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많이 어려웠지만 내년도에는 사업다각화 등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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