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배우들 열연이 너무 찬란하다, ‘송중기 열애’에 묻히기엔

남지은 2022. 12. 27. 14: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한철, 정희태, 김신록 등 ‘재벌집’ 빛낸 이들
제이티비시 제공

지난 25일 종영한 <재벌집 막내아들>(제이티비시)은 배우 캐스팅의 중요성을 알려준 작품이다. 모든 배우가 제 몫을 해내며 시청자들을 역할에 몰입하게 한 이른바 ‘캐릭터 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준 작품이다.

진양철 캐릭터는 따지고 보면 비도덕적 인물이다. 이 드라마의 14회 티브이 뉴스에서 보도하듯이 “진양철 회장이 성공한 기업가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정경유착과 불법 증여, 편법 승계를 도모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양철을 연기한 배우 이성민은 시청자들이 그를 주로 ‘성공한 기업가’로 여기게 하였다. 모든 사람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는 법. 이성민의 연기력이 진양철이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 진정성을 갖고 주변의 만류에도 열정적으로 달려가는 이유를 표현하며 시청자들을 설득시켰기 때문이다. 1회 날카로운 윤현우와 20대 선한 외모의 진도준 1인 2역을 소화한 송중기의 연기도 적절했다.

무엇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두 배우 외에 ‘순양가 사람들’로 나온 배우들이 박수를 받아야 할 지점이다. 특히 진영기, 진동기, 진화영을 연기한 윤제문, 조한철, 김신록은 캐릭터 색깔을 뚜렷하게 하며 저마다 다른 스타일로 ‘무능함’을 드러냈다. 진동기는 형님보다 더 아버지 마음에 드는 자식이 돼보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진동기가 아버지한테 주정하는 장면은 조한철의 1인극을 보는 듯했다. 진화영이 어머니한테 울먹이며 다가가는 장면은 김신록이 한 줄 대사를 입체적으로 만든 것이다. 진양철의 며느리 모현민으로 나온 박지현은 굵직한 선배들 사이에서 밀리지 않는 ‘의외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급발진하는 캐릭터 사이에서 중화제 같은 역할을 한 이항재에 정희태는 찰떡이었다.

제이티비시 제공

모두 ‘베테랑’인데도 이들은 이번 작품에서 캐릭터 연구를 많이 했다고 한다. 조한철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와 다른 인물을 자연스럽게, 믿음직스럽게 하는 건 정말 어렵다”며 이 작품에서는 “아버지 진양철을 맡은 이성민을 참고해 (진양철의) 사소한 습관부터 성격까지 캐릭터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원작 웹소설 작가가 극 중 순양 그룹을 실제 재벌 그룹을 반영해 묘사했다고 밝히면서 극 중 인물과 실제 인물을 연결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이항재는 대기업 부회장까지 했던 한 인물이 집중적으로 언급됐다. 정희태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많은 분들이 연상해주시는 그분을 포함해 여러 인물들을 참고해 배역을 연구했다. 그분의 영상과 사진도 찾아왔고, <대부>에 등장하는 변호사 역할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김신록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존에 언론에 노출된 재벌가 여성들의 이미지, 에피소드 등을 영감 삼아 연기한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주로 다른 드라마에서 후배들과 작업했다. 또래와 선배들과 함께 하는 <재벌집 막내아들>은 이들한테도 연기 의욕을 부추기는 현장이었다. 조한철은 “<재벌집 막내아들> 현장에서는 또래나 선배들이 포진돼 있어서 연기하기가 더 편하고 재미있었다. 자극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이 ‘후배’가 되어 ‘선배’와 상의해 더 좋은 장면을 만들어 나가기도 했다. 정희태는 “이항재는 진양철의 아들이자 형제, 친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대본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이성민 선배와 상의해서 정서적으로 큰 울림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진양철 처럼)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제이티비시 제공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드라마 종영 다음 날 송중기 배우의 열애설 보도가 쏟아지면서 이들한테 비춰야 할 빛이 약해지고 있다. 드라마 종영에 맞춰 내보내려고 한 인터뷰도 도드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재벌집 막내아들>을 향한 관심이 온통 열애설에 쏠린 것이다. 소속사가 열애설을 인정하는 공식입장을 낸 이후인 27일 현재까지도 상대 여성에 관한 온갖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 속 캐릭터는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닌 만큼 기본기가 탄탄한 이 배우들도 오래 고민하며 캐릭터를 완성해 나갔다. 송중기 쪽에서 열애설을 인정했으니 이제 예쁜 사랑하게 두고, 그 관심을 이제 막 끝난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인 이 배우들한테 돌려보면 어떨까. 이대로 보내기에는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아까우니까.

조한철은 “드라마를 한 지 10년 정도 됐는데, <재벌집 막내아들>로 유독 아는 척해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했고, 정희태는 “<재벌집 막내아들>은 <미생> 이후 제게 큰 한 걸음을 선사해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신록은 “<재벌집 막내아들>은 배우로서 제가 계속해서 변신해갈 수 있다는 기대와 믿음을 심어준 것 작품”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