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끄는데 8시간' 전기차 화재..."이동형 소화수조도 해답은 아냐"

박광온 기자 2022. 12. 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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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6년간 82건인데 올해 1~11월만 36건
전기차 구매 늘면서 화재 규모도 증가
"한번 불 나면 다량의 열과 가스 발생"
이동형 수조 활용되지만, 전국에 15개뿐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제주 소방대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진화에 나서고 있다.(사진=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2022.12.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최근 전기차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전기차는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불길을 잡기 쉽지않고 화재 원인 규명도 어려워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화재진압 장비 연구와 함께 제조 과정에서의 심도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7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 11월까지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는 총 82건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1건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1~11월 36건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부상자 수는 5명이며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전기차 화재 사고가 늘면서 안전사고 가능성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평소 전기차로 출퇴근하는 이소윤(32)씨는 "달리다가 차에 불이 나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그런 사고들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좀 무섭다"고 말했다.

전기차 구매를 희망하던 유찬용(44)씨도 "평소 기후 위기에 관심이 많아서 전기차도 사고 싶었다"면서도 "최근 사고도 계속 늘고 진화도 오래 걸리고 하는 걸 보면서 전기차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이들도 같이 차를 탈 때가 많은데 아이들 걱정때문에 전기차 구매는 조금 더 미루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전기차 화재 사고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누적 기준)는 2018년 12월 5만5756대에서 올해 9월 34만7395대로 대폭 늘었다.

문제는 전기차 화재의 경우 진화 작업이 어려워 차량 전소 등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기차 화재 상당수는 배터리에 열이 나 발생하고, 재질 특성상 진화 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서울 강북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3시58분께 서울 강북구 번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불은 이날 오후 12시27분께야 완전히 꺼졌다. 완진까지 8시간 반이 걸린 것이다.

같은 날인 오전 6시19분께에는 부산 북구 만덕교차로에서 만덕 2터널 쪽으로 달리던 테슬라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차량을 모두 태운 뒤에야 꺼졌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한번 불이나면 양·음극 분리막이 손상되면서 다량의 열과 가연성 가스가 발생한다. 열폭주 현상으로 옆 배터리에도 계속 불이 번져 화재 진화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제주 소방대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현장에서 이동식 소화 수조를 이용해 진화에 나서고 있다.(사진=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2022.12.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화재 발생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는 점도 진화 작업을 어렵게 한다고 한다.

소방 통계를 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전기차 화재 발생 원인은 미상이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적 요인(21건)와 교통사고(9건), 기계적 요인(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 메커니즘은 다양한 요인의 불량 혹은 결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요인 등 여러가지가 있어서 화재 요인을 한가지로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동형 소화수조가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에어백으로 차 바퀴를 들어올려 특수유리 섬유 재질의 폴을 바닥에 깔고 차 주변을 공기로 주입한 튜브를 둘러싸 물을 채워 넣고 차를 담그는 방식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격이 가해지면 갑자기 온도가 1000도 넘게 치솟는 열폭주 반응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를 완전히 끊지 못하면 불이 되살아날 위험이 높다. 이에 고육지책으로 아예 배터리를 물에 담가 열을 식히는 방식을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증가하는 화재에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국에 15개에 불과하다. 전국 소방서가 235개인데 1개 수조를 15개 소방서가 나눠 써야 하는 셈이다.

공 교수는 "여러 대책이 고안되고 있는데 이런 기술들이 빠르게 현장에 적용돼야 한다"며 "이동식 수조는 많이 부족한 편이다. 초기에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 소방서마다 최소한 1대씩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동식 소화수조도 시간 대비 효율성이 높지 않은 편이라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치환 소방청 장비총괄과 소방병은 "지금 전기차 화재 관련한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과도기적인 단계"라며 "이동식 소화수조가 있어야만 불을 끌 수 있다고 하면 전국 소방서에 다 배치해야 하는데, 아직 검증이 다 돼지 않았다. (검증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막대한 예산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크기 문제도 있고 시간 효율성 문제도 있고 이동식 소화수조나 질식소화 덮개 등 이런 것들만으로는 전기차 화재 방지에 근본적인 기여를 하진 못한다"며 "화재가 발생하지 않게끔 차량 제조 과정에서 더 심도깊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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