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군사공항 논란 재점화

임성준 2022. 12. 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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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제주지사 “제주를 핵배치 요충지로 만들겠다는 것…평화의섬 도민 생존 위협”
與특위 ‘군사공항 활용 가능성’ 보고서 채택 촉각
국민의힘이 안보 관련 유사시 활용할 수 있는 대형 활주로를 제주 제2공항에 확보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져 군사공항 활용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27일 제주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는 전날 채택한 ‘4축+α(플러스 알파)’ 체계 보고서에 제주도 신공항 건설 시 대형 활주로를 두는 방안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공항이 건설된다면 유사시 이곳에 군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규모의 활주로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해석을 받아들인다면 제2공항에 군사시설을 도입하는 ‘군사공항’ 논란이 다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위가 최종보고서를 채택하는 과정을 확인한 결과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충격적인 내용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오 지사는 “북핵 대응 전략으로 한반도에 미국 핵무기를 전진 배치할 경우 ‘제주도가 최적’이라는 점과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제주도의 전략도서화 검토 필요’, 더 나아가 제주 제2공항 건설 시 미국 전략폭격기가 이착륙 가능한 활주로 건설’과 ‘핵무기 임시 저장시설 구축 검토’ 등 말 그대로 세계평화의 섬 제주를 전략적인 핵배치 요충지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라며 “이는 제주와 도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내용으로, 있을 수도 없고, 검토조차 없어야 할 사안”이라고 규탄했다.

오 지사는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 보고서 채택에 앞서 제주를 아예 군사기지 섬으로 만드는,

제주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무책임한 방안이 여당 내에서 논의돼 왔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오 지사는 “이번 보고서 채택에 앞서 국힘 북핵특위 위원장이 지난 10월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북핵위기대응 세미나’를 주최한 자리에서 발표된 ‘제주도 전략도서화와 전략군’ 제언을 보면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에 향후 핵전력을 운용할 전략군과 해병 제3사단을 창설하고, 기지방어사령부, 스텔스비행단, 제2미사일사령부, 제2잠수함사령부, 제2기동함대사령부 등을 설치하자는 공식적인 제언이 포함됐다”라며 “사실상 제주를 군사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보고서 채택 과정에서도 ‘제주도의 전략도서화 검토 필요’가 거론되면서 상황에 따라 추진 가능성을 남겨둔 셈”이라고 주장했다.

오 지사는 “평화의 섬 제주에 핵 배치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받아들여서도 안된다”라며 보고서 폐기를 정부와 여당에 촉구했다.

오 지사는 제2공항이 군사공항으로 활용된다면 건설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인 위성곤 의원과 송재호·김한규 의원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제주에 전술핵무기 배치를 거론하며, 제주를 핵전쟁의 본거지로 삼겠다는 국민의힘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라며 “이 같은 행태는 제주도민 권리와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철저하게 짓밟고 무시한 반민주‧반민족적 작태”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평화와 인권의 상징인 섬 제주에 제멋대로 핵전쟁의 방아쇠를 놓겠다는 구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군이 수립한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에는 공군의 남부탐색구조대 창설 계획이 반영돼 있다.

이에 대해 2019년 11월 8일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제주에 제2공항이 들어서면 그 위치에 (공군 남부탐색구조대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9년 제주지사 당시 도의회에서 “제2공항을 군사공항으로 사용하려면 설계 단계에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며 “제2공항은 (공군 남부탐색구조대의) 부분 전용도 배제하도록 설계될 것이다. 미래에 슬그머니 바꿀 수 있는 장치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영훈 지사 역시 지난 18일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제2공항이) 군 공항시설로 검토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군 공항 시설이 들어오려면 국토부와 제주도의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앞서 국토부는 2019년 9월 제2공항 건설 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낸 뒤 미흡하다고 지적받은 내용을 보완해 두 차례 다시 제출했지만, 지난해 7월 환경부는 평가서를 끝내 반려한 바 있다.

이에 국토부는 같은 해 12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반려 사유를 해소하기 위해 보완 가능성에 관한 판단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연구용역’(이하 보완 용역)을 추진했으며 지난 10월 말 보완 가능성 검토 연구용역을 마무리했다.

보완 용역에서는 항공 안전 확보 방안, 최악 조건에서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숨골 보전 가치 평가, 지하수 영향 검토, 조류 보호 방안, 법정 보호종(맹꽁이, 두견이, 남방큰돌고래) 영향 예측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현재까지 국토부는 보완 용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번 용역의 결과를 토대로 재추진 여부를 결정해 밝힐 예정이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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