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교권에 '학생부 기재' 고육지책…실효성은 미지수(종합)

서혜림 2022. 12. 2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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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조치 학생부 기재해 학폭 줄었나"…소송전 증가 우려도
전·퇴학 조치 받은 학생만 기재…"기재 범위 넓혀야"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서혜림 기자 = 교육부가 중대한 교권침해에 대한 조치를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한 것은 더 심각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교권 추락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TV 제공]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2019년 2천662건이었다가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줄면서 2020년과 20201년 각 1천197건, 2천269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등교 정상화로 올해는 1학기에만 1천596건을 기록했다.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3천건에 육박하게 된다.

침해 양상도 이전보다 더 복잡·다양해지고 심각해졌다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올해 6월에는 경기도 수원의 한 초등학교 학생이 동급생과의 몸싸움을 말리던 교사들에게 실습용 톱을 던진 사건이 발생했다.

8월에는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수업 시간에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를 보는 영상이 퍼져 논란이 됐다.

교육부가 찬반양론이 팽팽한 '학생부 기재' 방안을 꺼낸 것은 이런 교육활동 침해를 막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할 제도를 정비해야 정상적인 학교 운영과 수업 혁신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우선 학교폭력 대응 방안에서처럼 이번 조치도 교사와 학생의 갈등을 심화시킬 뿐 예방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이 흘러나온다.

김희성 교사노조연맹 정책2국장은 지난달 30일 교육부가 마련한 공청회에서 "교육부는 경각심 제고나 예방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했지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학폭위(학교폭력심의위원회) 결과를 학생부에 기재하고 있는데, 그래서 학폭이 줄었나"라고 반문했다.

학생부는 입시와 연결되기 때문에 전학·퇴학 등 학생부에 기재되는 교권침해 조치 결과에 대해서는 법정 다툼이 더 빈번하게 벌어지고 결국 이 과정에서 교사가 추가 피해를 볼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국회 입법조사처는 올해 국정감사 이슈 분석자료에서 "전학이나 퇴학 처분을 받은 침해 학생이 시·도 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재심 이후에도 법적 쟁송을 진행하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병행할 경우 사안 종결까지 1∼2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고 분석했다.

학생부에 기재하는 교권침해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도 관건인데 교육부는 ▲ 학교봉사 ▲ 사회봉사 ▲ 특별교육 ▲ 출석정지 ▲ 학급교체 ▲ 전학 ▲ 퇴학 등 교권보호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7개 조치 가운데 가장 중대한 전학·퇴학 조치에 한해 기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전·퇴학은 교권침해 사안 가운데 극히 일부 사례에만 적용되는 조치여서 경미하고 습관적인 교권침해에는 무용지물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부가 올해 7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 2천98건 가운데 출석정지가 947건(45.1%)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고, 교내봉사가 296건(14.1%), 특별교육 이수가 226건(10.7%)이었다. 전학은 195건(9.2%), 퇴학은 41건(1.9%)으로 전체 조치의 11% 수준이었다.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 가해학생 조치 현황 [국회 입법조사처 2022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자료]

낙인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은 물론, 학생부 기재를 학생에 대한 '위협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원단체 의견도 다소 엇갈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조치사항을 기록하는 것은 교육적 지도를 통한 교육활동 침해 예방이라는 본래적 역할은 충족시키지 못한 채 사실상 학생에 대한 위협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학생부 입력을 막기 위해 조치에 불복한 소송이 증가하고, 학교는 법적 분쟁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학생부에 기재될 조치는) 현행 시행령에서 규정 중인 중대한 침해조치 또는 전·퇴학 조치 등을 적절한 수준이라고 본다"면서도 "교육활동 침해를 넘어서 학우들과 교직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치료와 상담 확대, 필요하다면 법적 절차를 통하는 것이 학생부 기재 여부를 논하는 것보다 시급하며 근본적인 해결 방향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심각해지는 교권침해 상황을 고려해 오히려 현재 논의중인 수준보다 학생부 기재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

교총은 "학생부 기재 대상은 교권보호위 처분 모두여야 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경중을 고려한다면 최소한 출석정지 이상에 대해 기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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