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공장 사고 SPC 관리부실 무더기 적발…'안전 부적합' 기계만 44개

이정현 기자 2022. 12. 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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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12개 계열사 52개소 산업안전 기획감독 결과 45개소 법 위반
15개 계열사 대상 근로감독서는 15개 사업장서 116건 적발…임금체불 등
ⓒ News1 DB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월 'SPC 제빵공장 노동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SPC그룹 12개 계열사(52개소)에 대한 산업안전 분야 기획감독을 벌인 결과 86.5%에 달하는 45개 사업장에서 모두 277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고용부는 이중 행·사법조치가 가능한 38개 사업장, 193건에 대해 시정명령을, 26개소(중복 포함)에는 사법조치를, 39개소에는 과태료 6억1550만원을 부과했다.

유형별로 보면 안전보건조치 위반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134건을 적발했는데, 특히 자율안전확인 신고를 하지 않은 채 기계를 가동해 온 식품 혼합기(40대)와 컨베이어(1대)를 사용중지 조치했다. 또 안전 미인증 제품인 압력용기 2대와 방호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채 사용해 온 리프트 1대 등 모두 44대 기계에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다.

안전보건관리체제 위반으로는 143건을 적발했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를 선임하지 않거나 선임한 경우에도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가 하면 관리감독자도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드러났다.

또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있어도 심의·의결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안전보건관리규정을 작성하지 않은 곳,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곳도 존재했다.

적발 사례를 보면 277건의 법 위반사항 중 안전보건교육 미실시(37건, 13.4%), 기계·기구 위험예방 미조치(36건, 13.0%), 관리감독자의 역할 등 안전보건관리체제 및 안전보건관리규정 부적정(27건, 9.7%), 출입구·비상구 등 작업장 환경 미흡(21건, 7.6%) 순으로 많았다.

20대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8일만인 23일 SPC그룹 계열인 샤니 제빵 공장에서 근로자의 손가락이 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 산업재해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SPC그룹에 대한 처벌 요구와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지난 22일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협의회는 "근로자 사망 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안타까움과 질책에 저희 가맹점주들도 같은 마음”이라며 “회사(본사)에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분석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안전경영강화 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입장문을 냈다. 사진은 23일 서울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 모습. 2022.10.2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노동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근로환경에 대한 감독도 이뤄졌는데, 연장근로한도 위반 등 다수의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근로감독은 지난 10월28일부터 지난 10일까지 SPC그룹 15개 계열사 33개소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감독대상 총 15개 사업장에서 116건의 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그중 101건에 대해 시정지시하고, 10건에 대해서는 726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사안이 중한 5건은 사법조치했다.

주요 법 위반 사례를 보면 감독 대상 15개소 중 12개소에서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 모두 12억8500만원의 임금체불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모두 6개사에서는 배우자 출산 시 보장된 휴가를 허용하지 않거나, 산후 1년 미만자에 대한 연장근로 한도 초과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연장근로 인가자에 대한 건강보호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곳도 8개소가 적발됐는데, 이들 사업장에서는 미인가자에 대한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하거나 보장된 작업 중 휴게시간조차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SPC 관계자는 "지적된 내용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철저히 개선해 좋은 일터를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면서 "조사 수검과 동시에 개선을 시작해 산업안전 관련 99%, 근로감독 관련 80% 이상 이미 조치를 완료했으며 나머지 사안들도 조속히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SPC는 지난 11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해 출범한 '안전경영위원회'를 통해 산업안전, 노동환경, 사회적 책임 분야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 전사적인 안전경영 강화는 물론, 직원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근로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이번 집중단속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 진행됐지만, 아직까지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고용부는 지난 11월30일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따라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위험성평가 기반의 자기규율 예방체계에 대한 지도와 점검을 핵심과제로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4일 오전 경기 평택시 팽성읍 SPL 평택공장으로 경찰, 고용노동부 등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위해 들어가고 있다. 현장 감식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기관에서 20명이 참여하며 현장 감식을 통해 원료 배합 작업 중 희생된 20대 여성 근로자의 산재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계인 교반기를 중심으로 안정장치 설치 여부 등 작업장 안전환경과 작업자 근무 수칙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2022.10.2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한편 고용부는 이번 SPC그룹 계열사 기획감독을 계기로 전국 식품혼합기 등 유해·위험 기계·기구에 대한 집중단속(10.24~12.2)도 벌였다.

점검대상은 SPC 제빵공장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식품 혼합기와 유사한 28종의 위험기계를 주로 사용하는 식품제조업, 펄프·제지업, 기계·금속 제조업 등 총 14만 개소였다.

점검결과 계도기간에는 총 14만개소 중 위험도가 높은 2899개소에 대한 현장지도를 통해 위험 기계에 대한 방호장치 불량 등 안전조치 미흡 사업장 1494개소(51.5%)를 비롯해 1571개소에서 2999건의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사항을 적발, 개선을 완료했다.

3주간의 계도기간 후 진행된 불시감독 기간에는 총 2004개소에 대한 감독을 통해 1073개소에서 총 2184건의 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불시감독 대상 사업장 중 263개소(13.1%)는 위험기계에서 477건의 안전조치 미흡 사례를 확인했고, 특히 위험한 수준의 사출 성형기, 혼합기 등 74대는 사용중지를 명령했다.

계도기간 중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자율점검과 개선조치를 하지 않아 불시감독 기간에 적발된 163개소에 대해서는 대표(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을 즉시 입건하고, 법 위반 경위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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