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에 시신 숨긴 30대, 피해자 카드로 명품 사고 대출도 받아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택시기사를 살해한 뒤 아파트 옷장에 시신을 숨긴 30대 남성이 범행 이후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명품 가방을 사고 대출까지 받는 등 뻔뻔한 행각을 벌여 온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살인 및 사체 은닉 혐의로 체포된 30대 남성 A(32)씨가 범행 이후 검거되기 전까지 불과 닷새 사이에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수천만 원을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엔 A씨가 여자친구에게 선물한 명품 가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A씨는 이 밖에 수천만 원의 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편취한 금액은 50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A씨의 범행은 이 여자친구가 옷장 속 시신을 발견해 지난 25일 오전 11시 20분쯤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각됐다.

A씨는 범행이 발각되기 전 피해자의 안부를 묻는 가족들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바빠', '밧데리 없어' 등의 답변을 대신 보내며 피해자 행세를 하기도 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피해자 가족은 25일 오전 3시 35분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러한 정황 등을 고려해 A씨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는지를 추궁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11시쯤 경기도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낸 뒤, 기사인 B(60)씨에게 "음주 사고니 경찰을 부르지 않는다면 합의금과 수리비 등을 충분히 주겠다"면서 "다만 지금은 돈이 없으니 집에 가서 돈을 찾아서 지급하겠다"며 파주시에 있는 집으로 데려왔다. 이후 집안에서 B씨와 이야기 하다 시비가 붙은 A씨는 홧김에 우발적으로 B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경찰은 범행 장소이자 A씨가 살던 파주시 집의 주인과 관련해서도 범죄 피해 가능성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집주인 여성 C씨는 A씨의 전 여자친구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A씨가 C씨의 휴대전화를 갖고 있어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A씨는 이에 대해 "지난 여름에 집을 나간 뒤 연락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C씨 관련 실종신고가 접수된 것은 아니지만 살인사건이 발생한 만큼 통신·계좌 등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몇 달간 C씨의 행적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better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