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北무인기 대낮 서울 상공 침입…국가 안보가 불안하다

'북한 무인기 영공침범' 소식 접하는 서울시민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북한 무인기가 26일 남측 영공을 침범해 서울, 강화, 파주 상공을 5시간가량 휘젓다가 북으로 넘어갔다. 올해 들어 한미연합훈련,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을 트집 잡으며 탄도미사일 발사, 해상 포 사격, 군용기 출격 등으로 긴장 수위를 한껏 끌어 올리던 북측이 무인기 도발까지 감행한 것이다. 무인기가 우리 영공, 특히 수도 서울까지 침범한 것은 침략행위에 준하는 고강도 도발이다.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서부지역은 10㎞, 동부지역은 15㎞ 안에서 무인기 비행을 금지한 '9·19 군사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다. 서울 상공에 침입한 북 무인기 1대는 레이더상에서 탐지와 소실이 반복돼 소실 구간의 이동경로가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이 무인기가 서울 은평 지역으로 진입한 것은 물론, 용산 근처까지 비행해 대통령실 일대를 촬영하고 돌아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심각한 것은 우리 군의 무기력한 대응이다. 백주 대낮에 북 무인기가 수도 상공을 몇 시간 동안 날아다니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우리 군은 이를 제지하지 못했다. 식별된 무인기 5대 가운데 4대는 강화 지역에 출몰했고, 나머지 1대는 한강중립수역으로 진입해 곧장 서울 북부 상공까지 직진했다고 하니 4대가 서해에서 교란 작전을 벌이고, 나머지 1대가 목표 지점에 침입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전투기, 공격용 헬기를 동원해 대응했고, 헬기의 20㎜ 기관포로 100여 발 사격을 가했지만 격추에 실패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피해를 우려해 민가와 도심지에서는 사격을 안 했다고 하지만,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5대가 교란·침입 작전을 벌이는데도 이처럼 무기력하다면 수십 대, 수백 대가 동원된 작전이 벌어질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인기는 정찰뿐 아니라 폭탄 또는 생화학 무기까지 운반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제 상황을 상정하면 상상조차 끔찍하다.

2014년 4월 북한 무인기가 남측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군은 저고도 탐지 레이더 도입, 신형 차륜형 대공포 개발, 전파 교란을 이용하는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8년이 흐른 지금, 탐지자산은 나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탐지한 무인기를 잡아낼 역량은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벌컨포를 대체할 30㎜ 차륜형 대공포는 작년 말부터 배치됐으나 이번 작전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전파 교란 무기 '재머'는 최근에야 체계개발이 시작된 수준이라고 한다. 무기 체계는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데 ICT 분야에서 가장 앞선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 한국이 무인기 하나 격추하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국민의 안보 불안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주고 더 강도 높은 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해준 사건"이라고 말한 이유일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전임 정권을 비판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국민의 안보 불안을 경감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북의 주요 군사시설을 정찰할 드론부대 창설도 중요하지만, 북의 드론 공격을 제지할 방어 태세도 시급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의 어떤 도발도 초기에 격퇴할 수 있는 국가 안보 체계에 대한 전반적 재점검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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