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포맨, 자가복제 없는 태계일주처럼 왜 못하나?[TV와치]

[뉴스엔 이해정 기자]

'돌싱포맨'과 '태어난 감에 세계일주(태계일주)'.

구성원은 그대로, 내용과 형식만 살짝 비튼 스핀오프 예능이 오리지널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일부 프로그램을 향해 새로움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앞으로의 스핀오프 예능들의 보다 깊은 고민이 요구된다.

'스핀오프'란 오리지널을 바탕으로 새롭게 파생되어 나온 작품을 뜻한다. 행복에 목마른 네 남자의 토크쇼인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이하 '돌싱포맨')은 엄마들의 육아일기인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를 발판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새로운 탄생'이라는 스핀오프의 뜻이 무색하게 '미우새'에 등장하는 탁재훈, 임원희, 이상민, 김준호가 '돌싱포맨'에도 고정 출연하는 것은 물론, 미혼이나 돌싱이라는 소재까지 그대로 우려내 진부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렇다고 '미우새'나 '돌싱포맨' 각각의 개성 있는 연출이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다. 다 같이 둘러앉아 신세한탄만 N년째 반복 중이다. 7%까지 치솟았던 '돌싱포맨' 시청률은 지난 8월 이후 3%대로 떨어졌다. 오리지널에 '갇힌' 스핀오프 신세가 됐다.

MBC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 인연을 계기로 김지우 PD가 기안84, 이시언을 중심으로 론칭한 '태계일주' 역시 '나혼산' 연장선의 느낌이 강하다. 김지우 PD는 인터뷰를 통해 "기안84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다채로운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나혼산' 속 기안84가 '태계일주' 속 기안84로 고스란히 옮겨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태계일주'가 꼭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는 건 아니다. 오리지널과 출연자는 물론 연출과 기획까지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돌싱포맨'과는 달리 '태계일주'는 기안84, 이시언 케미스트리는 유지하되 남미 여행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혔다. 환경이 달라지니 기안84의 매력도 새롭게 발굴됐다. 여행 초보들을 위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선 예능 초보 빠니보틀의 투입도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기안84, 이시언의 투닥거리는 다툼도 늘 새롭게 황당하다.

'돌싱포맨'이 '태계일주'의 타산지석이 됐다. '돌싱포맨'의 권태로운 자가 복제가 '태계일주'에서는 기안84라는 옥(玉)을 갈아내는 숫돌이 된 것. 이제 '돌싱포맨'도 '태계일주'를 보고 배울 차례 아닐까.

(사진=SBS, MBC 제공)

뉴스엔 이해정 hae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