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핵심 간부 "금리인상 사이클 이제 겨우 절반 지났다"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유로존(유로화 19개국)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핵심 간부가 강력한 금리인상의 신호를 보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CB 에서 금리를 결정하는 위원회 소속 베테랑 위원인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이제 겨우 긴축 사이클의 절반을 지났다고 평가했다.
클라스 위원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장기전(long game)"의 절반을 돌았고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계속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ECB는 10년 넘는 통화 완화를 끝내고 올해 치솟는 물가에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ECB는 금리를 2.5%포인트(p) 인상해 4연속 올려 2%로 높여놨다. 매파(긴축적)에 속하는 클라스 위원은 FT와 인터뷰에서 지금부터 내년 7월까지 5차례 금리 회의에서 ECB가 "상당히 적절한 속도의 긴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 금리가 올여름 최고점으로 오르기 전까지 몇 개월 동안 0.5%p 인상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10월 10.6% 상승률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고 ECB의 2% 목표를 5배 웃돌았다. 네덜란드은 더 심해 9월 인플레이션이 17.1%에 달했다. 하지만 성장은 크게 느려져 ECB는 물가 안정화와 성장 둔화 사이에 힘겨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노트 위원은 "(금리 인상을) 너무 작게할 위험이 여전히 더 크다"며 "이제 막 (긴축의) 하반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긴축 정책이 이제는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시점이 내년 ECB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노트 위원은 금융 안정성 위험이 "현재 레이더 스크린에서 훨씬 더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핵심 인플레이션이 역대 최고인 5%로 치솟았고 2025년 이전에 목표 2%로 되돌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ECB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망한다. 지속적 인플레이션은 노트 위원이 가장 우려하는 바라고 밝혔다.
노트 위원은 ECB가 물가압박에 너무 늦게 대처했다고 인정하면서 자산매입 중단을 올해 3월이 아니라 지난해 말부터 시작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하지만 그는 올여름 이후 큰 폭의 금리인상으로 이미 상당히 "만회했다"고 평가했다.
ECB는 0.75%p 인상을 2회 연속 실시했지만 이번에 인상폭을 0.5%p 낮추는 데에 노트 위원은 찬성했다. 그는 "2023년 긴축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긴축의 효과를 평가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노트 위원은 경기 침체에도 금리를 올리는 이유와 이점에 대해 ECB와 시장 사이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그는 많은 것들이 "침체의 깊이에 달렸다"며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더라고 기록적 고점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ECB가 내년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빠르게 내려올지와 침체가 얼마나 깊을지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노트 위원은 최근 지표를 보면 침체에 빠지더라도 "짧고 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과 같은 지역에서 최근 지표는 "최악이 지나갔다"고 그는 말했다.
노트 위원은 "침체 속에서도 많은 노동 저장(labor hoarding)"으로 유로존 실업률이 6.6%라는 역대 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인난을 경험한 기업들이 인력 감축이 아니라 저장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팬데믹을 이용해 인력을 대거 해고했지만 이는 현명한 조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진짜 불확실성"이지만 ECB의 통제 권한을 벗어났다고 노트 위원은 지적했다. ECB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누진세로 불리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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