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실종' 국회 압박하는 노동계…연초부터 '강대강' 대치 재현되나

이비슬 기자 2022. 12. 2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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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연내 처리" 당사 점거 이틀째…단식농성 계속
닷새 뒤면 종료 '화물차 안전운임제'…'강대강' 대치 우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당사 점거 농성에 들어가며 붙인 ‘노조법 2·3조 개정’ 문구가 보이고 있다. 2022.12.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올해 노동계 주요 쟁점인 노조법2·3조 개정안과 화물차 안전운임제 확대 시행 법안이 여야 이견으로 공전하자 여의도 곳곳에서 단식농성과 점거 시위가 번지고 있다.

국회에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포함한 쟁점 사안이 맞물려 닷새 남은 올해 안에 여야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사실상 노동계와 전면전을 선포해 연말과 연초 강대강 대치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 연내 처리"…당사 기습 점거

27일 민주노총과 경찰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간부와 비정규직 노동자 7명이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며 이틀째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점거 농성 중이다.

전날 당사에 진입해 점거 농성을 벌인 인원은 모두 7명으로 알려졌지만, 2명이 추가돼 총 9명으로 확인됐다. 9명 중 2명은 전날 오후 자친 철수한 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번 충돌 사태는 12월 임시국회 기간 내 법 개정을 촉구하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소속 노동자들이 28일째 국회 앞에서 진행한 단식농성의 연장선이다. 그간 국회 앞 농성장에서는 법 개정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인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민주당에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노란색 봉투를 들고 있다. 2022.9.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노조법 2조는 사용자와 노동자를 정의하는 조문이다. 개정을 요구하는 내용은 현행 사용자 정의인 '근로조건에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미치는 자'를 보다 폭넓게 확대해 노동자들이 원청의 '진짜 사장'과 노동 조건을 교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콜센터 상담원, 청소 노동자, 발전소 노동자, 자동차 부품 업체와 같은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를 보호 대상에 포함하자는 취지다. 올해 국내 10대 대기업 노동자 중 29.8%(42만4000명)가 간접고용 노동자로 집계됐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핵심인 현행 노조법 3조는 파업으로 인해 기업이 손해를 입은 경우 노동자에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조문이다. 개정안은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조항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해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한다는 취지를 담았다.일부 정치권에선 노조법 2조 개정 없는 3조 개정이 거론된다. 그러나 3조 단독 개정만으로는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노조법 2·3조 동시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야의 이견 속에 법안소위에 계류된 상태다.

◇'닷새 뒤 종료' 안전운임제 안갯속…국회 앞 무기한 단식농성

민주노총이 국회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법안은 또 있다. 여야는 28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화물차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처리할 예정이다.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의 최저 운임을 법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운임이 낮아 과적, 과속 운행 위험에 내몰리는 화물기사를 보호한다는 취지인데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시행(일몰제)을 조건으로 도입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안에 대한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2022.12.1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현재 전체 화물운송 차량 40만대 중 약 3만대에 해당하는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에만 운임제가 적용된다. 올해 종료 이후에도 안전운임제를 계속 유지하고 차종과 품목을 확대하라는 것이 화물연대 요구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24일 시작한 총파업을 16일만에 철회했다. 정부에 특수고용 노동자 신분인 화물기사가 화물운송료를 책정하는 화주와 합의할 수 있도록 정부 중재를 요구했지만 '원점에서 재검토' 수준의 강경한 정부 입장만 확인한 채 파업은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상임위를 통과한 안전운임제 법안은 여야 이견으로 처리가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법안을 단독 의결했고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 연장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여야 충돌이 불가피하다.

화물차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은 해가 바뀌면 효력이 사라지는 '일몰법안'이다. 노란봉투법이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포함해 국회 쟁점 사안이 맞물려 닷새 남은 올해 안에 협의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이봉주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지난 12일부터 국회 앞 농성장에서 무기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중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우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화물연대 파업 당시 정부는 운송을 거부한 화물차주 명단을 확보해 업무개시명령서를 전달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 본부를 방문해 현장 조사를 시도하기도 했다.

전날에도 윤 대통령은 노조 회계 상태를 온라인에 공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지시했고 고용노동부가 법 개정 추진 계획을 밝히며 노동단체 단속 수위를 높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안에 대한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2022.12.1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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