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日 촘촘한 老 서비스…집으로 돌아가자 병원 실험중

이지현 2022. 12. 2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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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시스템 전체가 환자 중심…재택복귀율 최대 95%
지역사회포괄케어 통해 왕진 활성화…사회공헌 노력도

[도쿄=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이 환자는 집으로 가고 싶어하는데, 가족들은 시설로 보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형 카페와 같은 공간 중앙에 위치한 대형 테이블을 둘러선 12명의 젊은 남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열띤 토론을 진행하고 있었다. 저마다 테블릿이나 노트북을 가지고 뭔가를 들여다보며 쉴 새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환자에게 한 걸음 더…유니폼 없애고 간호사 벨도 바꿔

이는 지난해 4월 일본 도쿄 이타바시구 오하라마치에서 문을 연 ‘집으로 돌아가자(오우치니 키에로우) 병원’의 의료진 컨퍼런스 모습이었다. 이 병원에서는 의사, 간호사, 치료사, 사회복지사, 사무직 직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매일 30분씩 환자가 무엇을 원하고, 싫어하는 지 내용을 공유한다. 이날 주제는 환자 A씨의 귀가 여부였다. 회의를 주도한 간호사 미우라씨는 “퇴원을 앞둔 환자 A씨의 바람과 가족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환자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결정할 방법을 논의하고 있었다”며 “만약 집으로 돌아간다면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 의료진들이 컨퍼런스를 하고 있다.

다소 이색적인 풍경에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이가 의사가 아닌 간호사라는 점이었다. 미즈노 신타 병원장은 “해당 환자를 가장 많이 아는 이가 회의를 주도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며 “의사의 발언이 가장 적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이들 중에 누가 의사일까? 사진 속 바깥쪽 줄에서 왼쪽 4번째에 있는 이가 A씨의 주치의였다. 남색 셔츠에 검은색 바지 그리고 운동화. 흰색 가운을 입는 한국의 의사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미즈노 병원장은 “유니폼을 없애 멀리서 보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유추가 안 되게 했다”며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 사람대 사람으로 대할 수 있게 한 거다. 환자가 직종을 불문하고 ‘○○씨와 얘기하고 싶어요’라고 말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간호사 호출벨도 특별했다. 한 손안에 감싸 쥐거나 주머니에 휴대할 수 있도록 벤처기업과 함께 개발했다. 환자가 어느 상황에서라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벨을 누르면 환자 침상을 향해 있는 카메라 영상이 간호사 휴대전화로 전송돼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했다.

고령의 환자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공간인 재활실은 1층 통유리창이 있는 열린 공간에 배치했다. 재활 치료를 받는 환자도 환자복에서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치료를 받는다.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는 의미에서다. 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재택복귀율은 80~95%에 이른다. 미즈노 원장은 “뭘 하기 위해 병원을 하는 지 목적을 생각했을 때 ‘환자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다’였다. 실제로 우리병원을 찾는 환자들 대부분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온다고 하더라”라며 웃어 보였다.

미즈노 신타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장


◇ 퇴원해도 왕진서비스 활발…韓 시스템 차이는


이 병원은 급성기병원(병원·종합병원)에서 지역의 주거지로 돌아가는 환자의 지속적 치료와 재활을 제공하는 지역사회 포괄케어 의료기관이다. 뇌경색이나 흡인성폐렴, 골절 등으로 대형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머무는 병원으로 현재 이 병원에선 31명의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환자들은 입원시부터 향후 연계플랜을 마련하고 60일이라는 입원제한기간이 종료되면 집으로 돌아가거나 요양원으로 옮긴다. 만약 환자가 집으로 돌아간다면 병원에서는 방문진료(왕진), 방문간호, 방문재활, 방문치과 서비스를 통해 지역에 복귀한 환자도 돌본다. 입원일수와 자택복귀율에 따라 수가가 차등지급되는 구조여서 병원에서도 적극적으로 환자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치료를 설계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요양병원은 환자를 집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보다 환자가 더 오래 머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입원 기간 제한도 두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갖가지 제도 회피방법이 동원돼 장기간 입원이 만연한 상태다. 고령환자가 퇴원해 집으로 돌아가도 집에서 치료를 지속할 방법도 흔치 않다. 의사가 왕진을 가더라도 의료기관 내 진료비에다 교통비 정도만 환자에게서 받을 수 있는 구조여서 의료진이 꺼리기 때문이다.

사이타마현에서 지역사회 포괄케어를 전담하고 있는 마루야마 나오키 사이타마 센트럴병원장은 “(우리도) 방문간호나 왕진으론 큰 수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라면서도 “이 시스템을 통해 사회적 책임 다하고 이게 환자 유입에 도움되고 사회공헌에도 도움되기 때문에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교회에서 이런 활동을 하고 있더라. 일본은 그런 게 없어서 이렇게 만들었다. 한국도 그렇게 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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