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향으로 탄생한 '커촹반', 中기술기업 '돈줄'로

올해 중국 증시에서 총 409개사 상장해 105조원 조달…커촹반이 이중 43%

2019년 7월 22일 중국 커촹반 출범식/사진=블룸버그

올해 중국 기업들이 중국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105조원을 조달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과학기술 자립을 위해 창설한 커촹반 상장기업의 조달 규모가 43%에 달했다.

27일 증권일보는 지난 26일까지 409개 사가 중국 본토증시에서 기업공개를 통해 5759억 위안(약 105조원)을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중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에 상장한 기업들이 2474억 위안(약 45조2700억원)을 끌어가 전체 조달 금액의 43%를 차지했다.

커촹반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시진핑 주석이 미중 기술경쟁의 대항마를 육성하기 위해 2019년 7월 출범시킨 기술·벤처기업 전용증시다. 커촹반 설립 이후 중국 기술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크게 용이해졌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업체 SMIC도 2020년 7월 상장으로 532억 위안(약 9조7400억원)을 조달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는 등 커촹반은 중국 정부가 육성하는 산업의 자금조달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

천즈헝 중국인민대 충양금융연구원 부연구원은 "자본시장의 다층화는 중국 금융시장 공급측 개혁의 핵심분야"라며 "가장 빨리 IPO 등록제를 시행한 커촹반이 거래시스템 개선과 더불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천 부연구원은 상당수의 기술혁신기업이 커촹반 상장을 통해 자금문제를 해결했으며 조달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면서 중국 공급사슬의 자급율이 제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상장한 기업 중 자금조달규모가 100억 위안(약 1조8300억원)이 넘는 기업은 5개사다. 이중 차이나모바일, 중국해양석유가 각각 520억 위안(약 9조5200억원), 323억 위안(약 5조9100억원)을 조달하며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영상진단장비업체 유나이티드 이미징, IT업체 하이곤정보기술, 태양광 모듈 생산업체 징코솔라의 조달규모도 100억 위안을 넘어섰다.

업종 별로 보면 409개 상장기업 중 92%에 달하는 375개사가 중국 정부가 적극 육성하고 있는 전략적 신흥산업에 속했다. 차세대 IT산업(127개사), 바이오(61개사) 첨단장비제조(58개사)가 3대 산업을 차지했다.

왕린펑 리엔추증권 투자은행부문 디렉터는 "차세대 IT기술·바이오 등 신흥산업은 국가 발전 전략에 부합하며 특히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기술혁신능력이 뛰어난 기업들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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