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브로커 짜고친 판에 사회초년생만 피눈물”

“현실적인 대책마련을” : ‘빌라왕’ 전세 사기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가 있는 세종시 어진동에서 피해 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자들, 세종시서 기자회견

“부득이하게 경매 낙찰받으면

취득세·금리혜택 박탈 당해”

“악성 임대인이 보유한 주택

임차인에 공지 의무화해야”

국토부 앞에서 단체시위도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 등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김모 씨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27일 오전 세종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피해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며 피해 해결 및 구제를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전세사기 피해자 6명이 참석했다. 유지온 씨는 “건축주와 대출 브로커, 중개인 등이 짜고 친 판에 껴 사회초년생들만 매일 밤 피눈물을 쏟고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개인회생, 파산할지도 모른다. 암담한 마음을 꼭 살펴 달라”고 말했다.

피해자 박소은 씨는 “임대인의 체납된 세금 중 전세가보다 높은 금액의 조세채권이 설정된 경우 임차인이 거주하는 부동산에 대한 경매가 이뤄지지 않고 무잉여기각 처리가 되며 임차인이 변제하기 어려운 경우 경매 및 공매가 무기한 연기된다”며 “경매제도와 달리 공매제도에는 임차인이 납부한 보증금을 공매 입찰 시 상계처리하는 제도가 없어 임차인이 직접 낙찰받기도 어렵다”고 했다.

피해자 대표 배소현 씨는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임차인이 부득이하게 경매 및 공매제도로 해당 부동산을 낙찰받아 유주택자가 된 경우에도 주택청약 시 생애최초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있다”며 “취득세 감면, 우대 금리 혜택 박탈 등 어려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정부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배 씨는 “국토교통부 등이 발족한 태스크포스(TF)팀이 피해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길 촉구한다”며 “지난 2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 가입 임차인 간담회를 통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 및 국토부와 HUG는 피해 임차인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했음에도 이미 알고 있던 팀장 외에 명함 한 장 받은 게 없다. 어떤 방법으로 피해임차인들과 소통하실지 아직도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악성경제 사범에 대해 검찰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사해 달라”며 “악성임대인이 보유한 주택의 임차인에게 공지 의무화 법안 요구, 주택 매입에 대한 사전심의 강화 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 씨 외에도 송모 씨(60채)와 정모 씨(240채) 등 임대인이 사망한 비슷한 사례도 소개됐다. 피해자들은 회견 이후 자리를 옮겨 세종시 국토부 근처에서 단체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배 씨는 “단체 시위에는 2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처럼 얘기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다. 태도가 똑같다면 의견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계속해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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