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19 폭증에도 3년 이어온 '제로 코로나' 마침표
'2020년 우한' 이후 또다시 중국 코로나 상황에 세계가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내달 8일부터 코로나19에 대한 감염병 관리 등급을 '갑'에서 '을'로 낮추고, 입국자 시설격리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26일 밤 발표한 것은 3년 가까이 이어온 '제로 코로나' 정책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일 상시적 전수 PCR 검사를 폐지하고 무증상 및 경증 감염자에 대한 자가 격리를 허용하는 등의 10개항 방역 완화 조치를 내놓은 지 19일 만에 후속 조치를 내놨다.
전국적으로 감염이 급속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은 '위드 코로나'로 가는 마지막 관문을 넘어서게 된다.
최고등급 감염병 관리 체제 종료…감염자 격리 중단
이번 조치에서 중국 정부는 우선 코로나19의 공식 명칭과 관리 등급 규정에서 중요한 전환을 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들이 대부분 상기도 감염에 그치고, 폐렴으로까지 악화하는 환자가 드물다는 이유로 코로나19 공식 명칭을 '신형 코로나형 바이러스 폐렴'에서 '신형 코로나형 바이러스 감염'으로 변경했다.
또 내달 8일부터 코로나19에 대한 관리 수준을 '을(乙)류'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코로나19를 '을류 감염병'으로 규정하면서도 방역 조치의 수준은 '갑(甲)류'에 맞춰 페스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탄저병,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와 동등한 관리를 했던 것에서 바뀌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대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이나 바이러스성 간염 등과 같은 감염병과 동등한 관리 수준을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해 내달 8일부터는 격리 조치를 시행하지 않으며, 밀접 접촉자 판정도 하지 않는다. 또한 감염 고위험 또는 저위험 지역 지정을 하지 않고, 입국자 및 화물에 대해 '감염병 검역 관리 조치'도 중단한다.
이는 거국적 감염예방 조치를 더는 취하지 않고, 감염자의 상황 및 감염 확산 상황에 맞춰 필요한 치료 및 확산 통제 조치를 취한다는 의미다.
입국자 시설격리 폐지…3년간 거의 걸어 잠갔던 문 열기로
해외발 입국자에 대한 시설 격리 및 입국 후 전원 PCR 검사를 내달 8일부터 폐지하기로 한 것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가까이 외부세계와 최소한의 교류의 문만 열어두었던 중국이 본격적인 개방(reopening)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 재택 격리에 대한 방침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설 및 재택 격리를 포괄하는 입국자의 의무적 격리 자체가 폐지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를 한창 고강도로 시행할 때 베이징의 경우 입국자에게 사실상 3주 동안 시설 격리를 시켰고, 현재는 '시설격리 5일+재택격리 3일'을 공식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내외국인에 동일하게 적용된 이 입국자 격리 조치는 업무상 필요한 경우가 아닌 단순 여행을 위해 중국을 오갈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차단봉' 역할을 했다.
이런 의무 격리를 없애기로 함에 따라 외국인의 중국 방문도 늘어나고, 중국인의 해외여행 역시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26일 발표한 방침에는 "질서 있게 중국 국민의 해외여행을 회복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또 중국의 항공사마다 국가당 1개 노선만 주 1회 취항할 수 있도록 한 조치를 취소하고, 방역 차원의 거리두기를 위한 항공편 좌석 판매율 한도 설정도 없애기로 했다.
중국의 온라인 여행 플랫폼인 '취날'의 데이터에 따르면 26일 밤 중국 정부 조치 발표 후 15분 사이에 국제선 비행기표 검색량이 7배 증가했으며, 인기 있는 목적지는 태국, 일본, 한국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신문망이 보도했다.
한중 간에도 현재 65편 수준인 주당 왕래 항공편을 100편(한중 항공사 각 50편씩)으로 늘리기로 합의가 이뤄진 가운데, 내년 1월부터 신규 노선 취항이 속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위드 코로나' 이행 퇴로 차단…연착륙 여부에 세계가 관심
중국이 10개항 방역 완화 조치 이후 코로나19 감염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이런 중대한 후속 조치를 내놓은 것은 사실상 위드 코로나로 가는 길의 '퇴로'를 차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대적 백신 부스터샷 없이 위드 코로나로 가면 중국에서 100만 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는 등의 예상이 나오지만 위드 코로나로 가는 방향을 되돌리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중을 확인시킨 셈이다.
이런 흐름 속에 중국 정부의 감염 통계 관련 '투명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5일부터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의 감염자 및 사망자 일일 통계 발표를 중단한 데 이어 내달부터 한 달에 한 차례 중국질병통제센터 차원에서 통계를 발표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감염 후 폐렴 또는 호흡부전에 의한 사망자만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로 집계하는 중국 정부 통계가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던 터에 아예 일일통계 자체를 발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중국인들이 사망자 및 감염자 수 등에 대한 공신력 있는 실시간 통계를 접하지 못하는 '깜깜이'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로 이행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는 사망자 및 감염자 통계 발표에 따른 민심의 동요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중국 지도부의 의도가 내포됐을 수 있어 보인다. 결과적으로 중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중국의 객관적 감염 확산 상황을 실시간 파악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관측통들은 이번 결정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더는 고도의 경제 및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가며 봉쇄 중심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 7일 10개항 조치 발표 이전부터 베이징을 중심으로 감염 확산세가 심각했기에 고강도 방역 조치로도 확산을 막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세계적 위드 코로나 흐름에 '갈라파고스'로 남아있던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급전환함에 따라 세계는 2020년 초 우한에서의 코로나 확산 때에 이어 또 한번 중국 상황을 주목하게 됐다.
14억 인구 대국인 중국에서의 대규모 감염 및 개방 정책이 새로운 변이를 세계적으로 유행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1월 22일 춘제(春節·설)를 계기로 농촌에서의 감염 확산을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느냐가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또 중국이 중증화 방지 효과 등에서 서구 제약사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계열 백신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자국산 백신 고수 정책을 전환할지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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