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정책 30년 일본의 고민…"원인도, 방법도 아직 모르겠다"
여성에만 초점 맞춘 대책 한계…아동가정청 설치 등 '全세대형'으로 전환
(도쿄=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열심히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도, 출산율은 특정할 수 없는 이유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흐름으로 봐야 할지…."
지난해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30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0.8명)보다는 높지만 갖은 노력에도 저출산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고학력 여성 출산율이 19년 만에 반등한 것이 확인됐다.
지난 18∼21일 일본을 방문한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를 찾아 저출산 해법을 물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후생노동성 산하 기관으로, 인구와 사회보장 문제와 관련한 연구를 전담한다.
이 연구소가 발표한 출생 동향 기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대졸 이상인 기혼 여성의 출산율은 1.74명으로, 직전 조사인 2015년(1.66명)보다 늘었다. 2002년 이후 첫 반등이다.
이 통계 발표 이후 일·육아 양립지원 정책이 출산율 반등을 이끌었다는 언론 분석이 이어졌지만, 정작 연구소는 아직은 추이를 확신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모리즈미 리에 인구동향연구부 제1실장은 고학력 여성 출산율 증가에 대해 "아직 세부적인 분석은 하지 못했지만, 실제 출산율이 올랐다기보다는 여성의 학력이 높아진 시기의 출산율이 반영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지금까지 어떤 정책이 좋았다고 평가할 만한 정책이 없다. 저출산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특정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이미 1990년대부터 30여년 동안이나 저출산 대책을 연구하고 정책을 뒷받침해온 연구소지만 정책 성과를 묻는 말에는 "이제야 실효성을 조금 느낄까 하는 정도"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일본은 애초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이 양육 어려움 등에 있다고 보고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육아휴직 제도 활성화, 보육시설 확충 등의 노력을 해왔다. 임산부 정기검진 비용 지원을 비롯해 출산·육아 일시금, 출산수당, 육아휴직지원금, 아동수당 등을 지급해왔다. 최근에는 출산수당을 42만엔에서 50만엔으로 올리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저출산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1950년을 정점으로 급격히 감소한 출산율은 2005년 1.26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이후 2018년 1.42명으로 반등하는 듯했으나 지난해 1.30명을 나타내는 등 최근 다시 감소 추세다. 2016년에 처음으로 출생아 수가 100만명 미만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출생아 수 80만명선이 깨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저출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의 한계를 느낀 일본은 이 문제를 여성이나 부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대'의 문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나베 구니아키 연구소장은 "(개호보험의 혜택을 보는) 고령자들이 육아에 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육아 지원금을 2배로 올려주자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육아지원금 등 출산 가정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재원을 고령자의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해 마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세금과 40세 이상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로 운영되는 개호보험의 혜택을 받는 고령자들이 반대급부로 현세대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아울러 내년 4월에는 총리 직속으로 아동가정청을 설치한다. 후생노동성, 내각 부 등에 흩어져있는 아동·육아 부서를 이관해 육아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내각부는 아동가정청의 창설목적에 대해 "어린이가 누구 하나 남김없이 건강한 성장을 하도록 사회 전체가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저출산, 육아 문제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아동 학대, 아동 빈곤, 청소년 자살률 증가 등 아동을 둘러싼 사회 전반의 문제를 살피면서 아이를 낳을 만한 사회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도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에서 아동과 관련된 정책을 나누어 담당하고 있어 일본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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