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화물 안 찾아가 생기는 손해, 발생 시점부터 제척기간 계산”

김지환 기자 2022. 12. 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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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을 수하인(계약서상 화물 수령인)이 찾아가지 않으면서 생긴 손해를 화물 주인이나 화물 운송을 주선하는 운송주선인에게 물을 경우, 해당 손해배상채권의 발생 시점부터 제척기간(재판 등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해상운송업 A사가 운송주선업 B사를 상대로 "부과된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등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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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 끝냈지만... 주선인·화주 모두 무소식
화물 운송한 A사, 운송주선 B사에 소송내
1심 승소·2심 각하 “소 제기 기간 지났다”
대법 “손해 발생 시점부터 기간 다시 봐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화물을 수하인(계약서상 화물 수령인)이 찾아가지 않으면서 생긴 손해를 화물 주인이나 화물 운송을 주선하는 운송주선인에게 물을 경우, 해당 손해배상채권의 발생 시점부터 제척기간(재판 등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해상운송업 A사가 운송주선업 B사를 상대로 “부과된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등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B사와 A사는 지난 2017년 1월 컨테이너 6대 분량의 광케이블 등 화물을 광양항에서 베트남 호치민까지 운송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화물은 폐기물처리업자가 B사에 운송을 의뢰한 것으로, 수출 화물인 것처럼 가장해 운송을 의뢰했다.

하지만 이 화물은 베트남에서 통관(관세법에 따라 물품을 수출·입하는 일)을 받지 못했다. B사나 지정된 수하인도 화물을 가져가지 않으면서, A사 소유의 컨테이너째로 호치민항 터미널에 보관된 채 시간이 계속 흘렀다.

이에 A사는 해당 화물들이 호치민항에 도착한 시점부터 약 2년여 만에 소송을 제기했다. B사를 상대로 컨테이너의 초과사용료와 터미널 보관료 등 추가로 발생한 비용들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라는 이유에서다.

A사 측은 “B사는 제1운송계약의 당사자로, 손해배상금을 지불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사 측은 “운송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 폐기물처리업자를 대리해 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라며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1심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B사가 운송계약의 당사자라고 보고, 손해배상의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2심은 이 사건을 각하했다. 2심 과정에서 상법 814조 1항에 근거해 1년의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B사 측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이면서다. 해당 조항은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채무가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제척기간은 권리가 발생했다는 것을 전제하는 데, 아직 발생하지 않은 권리에 대해서도 제척기간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즉 A사 입장에서는 화물을 수하인이 찾아가지 않아 생기는 초과사용료와 터미널 보관료 등은 날마다 계속 발생하는 손해로, 새로운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기산일로부터 1년이 넘어 발생하는 채권의 경우, 발생하기도 전에 그 기간이 경과해 소멸한 것이 된다면 권리자가 권리를 잃어버리게 되므로 불합리하다”며 “법 전체의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화주 또는 운송주선인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물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선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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