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음악가들 울린 근긴장이상증 치료길 열었다

KAIST 연구팀, 2024년 임상 허가 목표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 수용체 억제
근긴장이상증 이겨낸 피아니스트 공연 열려

피아니스트 주앙 카를로스 마틴이 지난달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공연에 바이오닉 장갑을 착용한 모습. /한국과학기술원 제공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음악가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근긴장이상증 치료제가 개발됐다. 근긴장이상증은 근육이 수축해 신체 일부가 꼬이거나 반복적 운동을 하는 질병으로 천재 피아니스트 레온 플레이셔와 글렌 굴드 같은 유명한 음악가들이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김대수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27일 유명 음악가나 골퍼 등이 앓고 있는 근긴장이상증 발병을 뇌에서 차단해 근육을 정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치료제 ‘NT-1′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근긴장이상증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유발되며, 음악가들에게 발병할 경우 연주가 불가능하다. 근긴장이상증으로 연주를 할 수 없게 된 음악가들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린다. 음악가들이 근긴장이상증에 취약한 원인으로는 과도한 몰입과 연습, 완벽주의, 유전적 요인이 꼽힌다. 현재는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으로 근육을 억제하는 치료법이 쓰이고 있지만, 근육 기능을 차단하면 결국 악기를 연주할 수 없다.

연구팀은 근긴장이상증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유발된다는 점을 고려해 ‘NT-1′을 개발했다. NT-1는 이른바 ‘먹는 보톡스’로, 복용 후 한 시간이 지나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수용체를 억제해 긴장성 근육질환과 통증에 효과를 보인다.

김대수 교수는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UN) 희귀질환 콘퍼런스에 참석해 “NT-1은 뇌에서 근긴장이상증 원인을 차단하는 약물로, 음악가들의 악기 연주를 방해하지 않는다”라며 “2024년까지 한국에서 임상 허가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근긴장이상증을 겪는 음악가의 ‘기적의 콘서트’가 지난달 19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개최됐다. 피아니스트 주앙 카를로스 마틴은 근긴장이상증을 치료하기 위한 과학계의 노력을 기념하기 위해 콘서트를 열었다. 마틴은 1970~1980년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주목받았지만, 손가락 근긴장이상증으로 연주를 내려놔야 했다.

마틴은 2020년 개발된 바이오닉 글러브를 착용하고 치료를 지속한 결과, 다시 연주를 할 수 있게 됐다. 공연에서 마틴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고, 김대수 교수를 포함한 과학자들을 호명하며 치료제 개발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