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硏, 내년 경제성장률 1.4% 제시… “성장 버팀목이 없다”

이윤정 기자 2022. 12. 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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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성장률 1.4% 전망, 정부보다 비관적
자금시장 불안, 기업·비금융까지 확대
”유동성 위기로 흑자도산 기업 나올 수도”

LG경영연구원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앞서 정부가 전망한 1.6%보다도 비관적이다.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 모두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 1분기에 종료될 것이며, 국내 채권 및 자금시장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3대 경영환경 이슈로는 환율과 미·중 갈등, 원자재 가격 추이를 꼽았다.

LG경영연구원은 27일 ‘경영인을 위한 2023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경제 침체가 내년 본격화되면서 한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 2.5%에서 내년 1.4%로 낮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한국은행(1.7%), 기획재정부(1.6%), 아시아개발은행(ADB·1.5%) 등 국내외 주요기관 전망치보다 비관적이다.

LG경영연구원 제공

연구원은 “2021년에는 수출 호조와 기업 투자 증가, 올해에는 민간소비 회복이 경제성장률을 지탱했지만, 내년에는 해외수요와 대내 경제활동이 동시에 둔화되면서 경제 성장의 버팀목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에 이어 미국도 침체에 빠지고, 높아진 금리 부담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내년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더 낮은 ‘상고하저’ 흐름이 예상된다”고 했다.

올해 4%대로 낮아진 수출증가율은 내년 0%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이 크게 낮아지지 않아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보다 높고, 무역수지 적자 상황이 길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원화 약세로 우리 수출이 급증해 경기 부진에서 벗어나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향후 세계경제 침체가 본격화되고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 양적으로도 수출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소비 증가율은 올해 4.4%에서 내년 2%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물가상승률이 임금상승률을 크게 상회하는 가운데 향후 고용은 더욱 위축돼 가계구매력도 축소된다는 것이다. 투자 역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물가는 내년 상반기 4.4%, 하반기 3.3% 등 연간 3.8%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5.1%와 비교하면 1.3%포인트(p) 낮지만, 작년(2.5%)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연구원은 채권 및 자금시장의 불안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 모두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내년 1분기에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미국은 5% 내외, 한국은 3.5% 중후반 수준까지 정책금리를 인상한 후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미 역전돼 있는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은 1.5%p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연구원은 대규모 자본 유출로 인한 위기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국내외 금리 역전에 원화 가치 하락이 맞물릴 경우, 자본의 해외 이탈이 늘면서 국내 주식·채권·원화 등 가치가 동반 하락하며 국내 주가 하락, 시중금리 상승, 원달러 환율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내년 1분기에 멈춘다 해도 높은 시장금리, 민간의 채권 발행 어려움 등의 상황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로 국채가격이 오르며 국채금리는 낮아지더라도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회사채 금리는 내년 상반기 4%, 하반기 3.7%로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특히 자금시장 및 채권시장이 극도로 경색될 경우 시장금리가 악화된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자금 및 채권시장 불안이 올해는 부동산 경기 악화와 관련된 지자체 또는 중소형 증권사 등 일부 비은행금융기관 위주로 발생했다면, 내년에는 경기침체로 실적 및 유동성 상황이 악화되면서 보다 광범위한 업종의 기업 및 금융기관들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연구원은 “내년 회사채 만기도래액이 올해보다 10조원 많은 102조원에 달해, 채권 차환발행이 여의치 않을 경우 유동성 위기에 처하며 흑자 도산하는 기업들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뉴스1

◇ 2023년 경영 3대 키워드 ‘환율·미중 갈등·원자재 가격’

연구원은 기업 경영자 관점에서 내년 가장 직접적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환율, 미·중 갈등, 원자재 가격 추이 등 3가지를 꼽았다. 환율의 경우 내년 1분기 주요국 금리 인상이 종료돼 달러 외 통화들의 가치가 화복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국내외 금리차가 줄어들고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점차 확산될 4분기 이후에 원화 가치 회복세가 빨라질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중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 초반으로 크게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미·중 경쟁은 새로운 변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 때는 각종 수출입 제재와 관세장벽 등 무역전쟁을 벌였다면, 바이든 정부는 차세대 산업 패러다임과 기술 패권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 우호국과 공동 대응에 나섰다는 점도 주요 특징으로 꼽았다.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전략은 조금 더 유연하고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미·중 경제전쟁’의 파고를 넘기 위해 대미 투자 확대와 중국 투자 최소화에 주력해 왔지만, 경제안보와 첨단산업패권을 둘러싼 지정학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진 만큼 기업들의 투자와 소싱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원자재 가격의 경우 고공행진 장기화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해외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업종들은 비용 구조를 바꾸기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원자재 투입이 많은 업종을 중심으로 생산원가 상승 따른 채산성 악화에 대비하는 한편, 원자재 사용 효율화와 재활용 확대, 적정 재고수준 검토,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 등 뉴노멀에 걸맞는 장기 계획들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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